옥수수 차 따뜻한 차로 맡는 그리움이란 빗소리가 그치지 않아 차라리 창을 연다 담박 들어와 와글거리는 우기의 합창 프레스 공장 한가운데 들어선 듯 소용돌이치는 기계음 사이에서 까닭없이 일어나 앉기를 되풀이했다 하루를 사는 게 일년을 살아내는 것 같아 바람 넘나드는 뒤란 대가 쑥덕여.. 不平則鳴 2014.06.10
빗장 웬 사람이 이렇게 많을까. 마치 온 도시 사람이 쫓아나온 것만 같다. 북적이는 거리, 한눈 팔면 부닥치기 일쑤여서 조마조마하다. 지하도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 옆에서 낯선 여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발이 뒤엉켰다. '아차!' 하는 순간 중심을 잃고 굴러 떨어진다. 여자가 나와 엎치락뒤치.. 不平則鳴 2014.06.03
오월 초록 안부 봄소풍을 가자는 기별이 왔어요. 적조했다며, 몇몇 친구가 조심스레 참석을 종용합니다. 미증유의 세월호 참사로 자중한답시고 진작 잡아놓은 행사도 두어 건 취소한 다음입니다. 확답을 하지 못한 채 차일피일 날짜만 흘려보냈습니다. 한낮 기온이 이십여 도를 거침없이 오르내립니다. .. 不平則鳴 2014.05.21
버려진 것들 집 안에서 나와 함께 뒹구는 잡동사니들 있는 듯 없는 듯 의식하지 않아 서로 간에 신사협정이라도 맺은 줄 알았는데 베란다 구석에서 두어 해를 버틴 김치통 시큼한 알맹이 대신 먼지만 뒤집어쓴 채 뒤죽박죽이다 바깥에 확성기 음 왁자지껄하고 굴곡진 사이렌 소리가 어디론가 가쁘게 .. 不平則鳴 2014.05.17
나는 일상을 찍는다 최고가 최고에게 주는 상으로 아카데미상이 있다.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별들의 잔치이다. 여기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로 화려한 볼거리를 들지만 자본과 기술로 세계를 점령한 헐리우드의 현실을 꼽는 이도 있다. 아카데미상 수상 조건은 전년도 1월 1일부터 12월 .. 不平則鳴 2014.05.13
꽃이 별이 될 때 하늘의 별이 내려와 꽃으로 피는 기적도 어느 봄날, 뚝뚝 꽃 지는 일도 겨를없이 지났다 세월이 약이라고, 돌아보지 말자고 수없이 되뇌이면서도 떼지 못하는 발걸음 애석함과 수치심이 범벅되어 거울에 비친 내가 싫어진 날 다시 별이 된 꽃 하여 꽃진 자리 생애마다 한 매듭으로 기억되.. 不平則鳴 2014.05.08
별과 별 사이 문자 메시지가 들어와 있다. 진동으로 두고 있다가 놓쳤다. 아이들 말로 '씹었다'며 부아를 내겠지. 답장을 보내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다른 메시지가 제꺼덕 들어온다. 답을 부리나케 찍지만 뭔가 아쉽다. 갈래지는 생각더미를 겨우 낱말 몇 개로 표현해야 하다니. 통화 버튼을 눌.. 不平則鳴 2014.04.29
보물섬 일이 있어 달려간 도심 외곽. 그나마 경전철이 닿아 다행이다. 개찰구를 나서며 보니 눈에 띄는 사람이라야 나를 포함해서 겨우 너댓 명 뿐. 막막한 계단을 내려와 보는 낯선 역사 밖은 황량하다. 회오리바람이 건들거린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하지. 방향을 정하려는데 이쪽으로 오는 이가 .. 不平則鳴 2014.04.22
울지 않는 봄 한날 한시에 피었다가 순식간에 사라진 꽃들. 기망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대개의 순번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고택 기와 위 매화나 살구꽃이 해살거리는 모습, 돌담 아래서 부시시 깨어나는 개나리나 산등성이를 조심스레 물들이는 진달래, 용을 쓰다가 어느 아침 .. 不平則鳴 2014.04.16
나 몰라 봄 슬쩍 체중을 싣는 계집애 하나. 복잡한 입구에서 아까 밀려난 듯한데, 그쪽 산 만한 덩치의 깍두기머리에게 아무 소리 못하고 나를 밀어붙인다. 여느 쪽도 여자이기에 별 수 없이 끼어 옴쭉달싹 못하고 몇 정거장을 간다. 유난히도 붐비네. 그래도 이건 너무 해. 게임에 열중하는지 불규칙.. 不平則鳴 201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