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마당2 천산 아래서 그렁그렁한 건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지 산그림자 비킨 동구밖 길 껑충한 미루나무 아니었으면 길이라는 걸 눈치챌 수 없는 눈밭 소 여물질 따라 오르내리는 땟새처럼 종일 저울질하는 속내 뿌리치지 못하고 안다, 알어 겨우내 시렁에 걸어 둔 기억처럼 어느 아침 퍼런 .. 不平則鳴 2014.01.22
아직 걸음마 중인 말 안개 속을 떠도는 듯 몽롱한 내가 낯설다. 이곳까지 나를 이끈 건 무엇인가. 또, 어떤 것과 맞닥뜨려야 하나. 갈수록 어렵기만 한 세상살이. 바라는 대로 만들어 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사람들 속에서 사그라지고 없는 스스로의 존재가 가엾기도 하다. 승용차를 빌어타.. 不平則鳴 2014.01.15
나에 대하여 술자리가 길어져 화제가 중구난방이다. 지난 이야기도 쫓아나오고, 말 끝에 요즘 아이들에 대한 불평도 쏟아낸다. '열시가 뭐야? 밤새 붙잡혀 있어도 아무 소리 못했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웃기는 소리야.' '야야, 우리 아이 엄마는 출산 후 이틀만에 출근했어. 걸핏하면 몸이 아파 못.. 不平則鳴 2014.01.07
다시 좋은 날 스스로를 영양 촌놈이라 칭하는 경석이. 자취방 문을 열고서는 눈을 감았다. 사방 스무 자가 조금 넘는 조그만 방에 빽빽하게 들어앉아 있는 친구 녀석들. 어른 티를 내느라 저마다 삐딱하다. 담배 연기가 전장의 포연처럼 후욱 끼쳐 눈과 코를 마비시켰다. 멋적은듯 들어서는 나를 아이.. 不平則鳴 2013.12.31
어찌 한 세월 형체가 모호한 시간을 구분해야 합니다. 다들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이야말로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 시간이 그 시간이지 않냐고 못박으면 잘못일까요. '시간은 금(金)이다'라는 격언도 있습니다. 한때 국제 금 시세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적 있지요. 그.. 不平則鳴 2013.12.24
형상 적요가 위안인 시간 벌거벗은 채 보이는 몸사위가 우습다 그래도 웃지 말라 피차일반이니 언제 제대로인 적 있더냐 뒤죽박죽에 엉거주춤하여 신열에 까무룩하던 지난 밤 달빛 너울이 교교히 나뒹굴었다 어디에 있건 간에 소용돌이치는 우주 계절이 바뀌어도 내색 없이 버텨 지금에 이르.. 不平則鳴 2013.12.17
가고오고오고가고 배부른 배낭을 메고 나선 길은 막막하다. 뜨거운 커피를 김치 국물처럼 꿀꺽꿀꺽 들이켰다. 삼월이 손길도 아니고, 바짓단을 휘감아 도는 매운 바람. 그래서인가, 서성이는 발길들이 두서 없다. 일단의 소요에 따라 등장한 일가족. 짐칸에 가방 꾸러미를 집어넣은 노부부가 버스에 올랐다.. 不平則鳴 2013.12.10
열매가 맺혔으니 전화기에 귀를 대고 숨죽인다. 간단없이 이어지는 전화 연결음. 부조로 남은 맞은편 벽 담쟁이 무늬를 눈으로 그렸다. 의미 없이 세다가는 일곱, 여덞 번째인가, 통화종료를 눌렀다. '전화를 안받는다니.' 파발마처럼 쫓아간 신호음이 사그라드는 허공에 들이차는 찬 기운이 느껴진다. 그.. 不平則鳴 2013.12.03
얼음벽 하나같이 자라목인 길거리 사람들. 기온은 어느 날 갑자기 영하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조금씩 내리고 오르기를 반복하여 예방주사를 맞히는 것처럼 내성을 키운 다음에야 겨울로 접어든다. 이러한 자연의 법칙이야말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 않는가. 사무실 안 영어 책임자와 과학 책임.. 不平則鳴 2013.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