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와 다듬기에 앞서 청탁한 원고를 받았다. 전래동화를 기반으로 각색한 창작동화였는데, 딱히 내용이 와 닿지 않는다. 결말도 흐지부지해 읽은 다음 줄거리를 알 수 없을 정도였으니. 동화라는 게 어떤 글인가. 아이들이 읽는 글이라고 순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꿈과 희망을 담아, 읽는 중에 갖가지 .. 不平則鳴 2014.11.18
가을, 철암 역전 동네 조무래기들은 어른들 세계를 동경하듯 엿보고 읊었다. 우성이 형 이야기도 나왔다. '강원도 어느 탄광에 가 있다지!' 살이가 여의치 않아 몸뚱어리 하나로 쫓아가는 곳. 그야말로 막장이다. 아침 나절 비 오고, 바람도 대중 없이 횡행하는 중에 해가 반짝이기도 한다. 여우비라 부르.. 不平則鳴 2014.11.05
성산 사람과 사람 사이는 얼마만큼이어야 좋을까. 다가가지 못해 한숨을 쉬거나 한 몸이 되지 않아 울고불며 발버둥치기도 한다. 그럴수록 부질없다. 지난 다음에는 후회하게 된다. 생각과 이상과 현실이 눈에 들어오면 '아차!' 싶다. 우리 사이가 닿지도 떨어지지도 않을 만큼이면 어떨까 하.. 不平則鳴 2014.10.30
한때 거기 삶과 죽음은 본질이 다르다. 삶이 죽음이 될 수 없고, 죽음이 다시 삶으로 이어질 수도 없다. 그러므로 삶은 삶이고, 죽음은 죽음일 뿐이다. 이런 얘기를 심각하게 나누기도 멋적다. 친구가 자기 잔에 술을 덧따르더니 단숨에 마셨다. '죽었다가 살아나는 건 사랑과 화투와 바둑뿐이야.' 쉬.. 不平則鳴 2014.10.27
시월 걸음 '좋아하는 색깔이 뭐냐?'고 묻는다. 글쎄, 말을 끊어놓기는 했지만 선뜻 답할 수 있어야지. 깊은 소가 소용돌이친다. 이 질문의 요지는 무얼까? 대답에 따라 내 성향을 알아채고 선입견을 굳히려는 걸까, 아니면 고른 색깔에 따른 심리상태를 알아보려는 걸까? 야외건물 로비에서 자전거를.. 不平則鳴 2014.10.15
이만큼 살았으면 여긴 십수 년째 재개발을 하네맙네 운만 무성한, 몇 안되는 서울 도심 금싸라기 땅. 근방에 대형마트가 있어도 시장통을 기웃거리는 이들은 습관처럼 찾아든다. 고기를 솜씨 있게 다질 줄 아는 살집 넉넉한 아주머니 싹싹한 목소리도 들리고, 떡판을 '쿵' 소리나게 내려놓는 머리에 두건.. 不平則鳴 2014.10.06
유년, 그 다음 이야기 귀밑머리에 물사마귀 같은 게 잡힌다. 굳이 거울에 비쳐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이다. 어릴 적 손가락 등에 생기던 티눈을 떠올렸다. 성가시기 짝이 없었어. 섬유상피성 용종이라는 이 작은 혹은 우선 느낌부터 좋지 않다. 면역성이 약해져서인가, 나이듦의 현상이라는데. 가.. 不平則鳴 2014.09.30
바람 부는 곳에서 바람이 건조하여 팍팍하다. 이제 세칼도 일겠지. '바람의 언덕'이라기에 거제 갈곶리를 떠올렸더니, 태백 추전역에서 바라보는 매봉산을 가리킨다. 얼핏 봐도 여덟아홉 개의 풍력발전기가 우뚝한 산정. 그렇찮아도 건성으로 탄 대덕산 금대봉이 성에 차지 않던 참이어서 거기를 오르기로.. 不平則鳴 2014.09.23
가을에도 '어떻게 지내? 오랜만이지!' '여름도 훌쩍 보내고 가을 문턱에서야 철든 아이처럼 비로소 전화를 하니, 제발 연락 좀 하고 살자.' '음, 머리카락도 듬성하고, 눈가 주름이 완연하네. 안경은 돋보기인가봐.' '나야 그렇고. 네 맑은 눈과 선한 웃음을 보니 어릴 적 생각이 난다, 야.' 아닌 게 아.. 不平則鳴 2014.09.16
살아있다는 것 세 끼 굶은 시어미 마냥 찌푸린 하늘. 해가 구름 안에 숨어 있어도 덥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일을 하려니 고역이다. 아침부터 밭에 나가 낫을 들고 사마귀처럼 춤을 춘다. 여름 내 벋은 환삼덩굴과 봄에 심은 작물 등을 베거나 뽑아냈다. 맨살이 긁히는 것은 물론 땀으로 젖은 옷.. 不平則鳴 201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