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없어도 마음에 둔 이가 생각나면 사진으로나마 꺼내 보는 사람들. 친구 스마트폰이 켜질 때마다 액정화면에 뜨는 그의 아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꽃보다 밝다. 내가 아는 그녀는 깡마르고 지친 눈빛을 수줍게 내리깔던 자태 뿐인데, 저렇게 초롱한 시절이 있었다니. 때가 되어 꽃이 .. 不平則鳴 2015.05.05
꽃 꿈 마음 밭에 자라는 나무 한 그루 생각이 출렁거릴 때마다 비탈에서 위태하다 황사가 하늘 끝까지 피어올라 새 날 꿈은 커녕 한치 앞도 볼 수 없더니 메마른 가지에 노랑할미새 한 마리 앉아 울고 간 아침 드디어 꽃을 머금었다 Pierre Porte Orchestra, Un petit mot de Toi 不平則鳴 2015.04.30
거기 누가 없소 영화 '007'에서 제임스 본드가 모는 작고 날렵한 벤틀리. 서스펜션의 성능이 뛰어나서인지 바닥에 붙듯 잘 달리는데 굽은길에서 코너링도 좋다. 차가 작고 가벼우면 빨리 달릴 수 있겠지만 그만큼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육중하고 묵직한 중형이나 레저용 유틸리티 차량을 .. 不平則鳴 2015.04.16
커피 속 설탕처럼 녹은 봄날 응봉산을 덮어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노란 개나리. 서울 성곽 주변을 두른 벚꽃 띠. 겨우내 떠돌던 바람에 시달리다 비로소 깨어난 아파트 구석의 하얀 목련 들. 꽃이 지천이다. 꽃과 이를 보는 이들이 즐거워서 다들 활짝 웃었다. 들뜬 마음으로 한나절을 꽃마당에서 서성였다. 다음 날, .. 不平則鳴 2015.04.13
바람 아직 눈부셔 실눈이어도 맨살에 닿은 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빛으로도 너를 느낀다 좋은 날만을 꿈꾸기 어렵지만 그래도 때가 오면 우리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거야 Frederic Delarue, The Scents of Joy 不平則鳴 2015.04.06
십오시 이십분 환승하려고 앞차에서 내린 시간이 오후 세시. 바람이 푸드득댄다. 비를 머금은듯 텁텁한 속을 아주머니 둘이 걸음을 맞춰 지나며 나즉히 속삭인다. "너무 가물지?" "그러게. 지난 겨울 눈도 내리는 둥 마는 둥했어." 낯선 곳인데 편안하다. 어느 때인가 불쑥 머문 듯 익숙한 기분이다. 내쪽.. 不平則鳴 2015.04.03
봄앓이 위안이 되는 꽃. 애잔한 겨울 햇빛 속에서도 여린 싹과 꽃몽오리를 틔웠는데 어느 때부터 시름시름하다. 생이 온전하게 자라고 살아가는 게 즐거움으로 새겨지더니 문득 생기를 잃은 모습이 안타깝다. 물빠짐이라도 되면 나을 것 같아 추운 날임에도 분갈이를 했다. 이러고서도 살지 못.. 不平則鳴 2015.03.24
담쟁이넝쿨 싹이 다시 돋듯 "우리 한번 만나야지.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자리를 만들까 하는데, 멀지만 너도 올 수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로 들으며 열거하는 동무들 얼굴을 하나하나 그린다.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낯선 감도 없지 않지만 불원천리 쫓아가고픈 마음이 무럭거린다. "그래, 별 일 없으면 가야지. 내.. 不平則鳴 2015.02.28
너를 안을 수 없어 가시에 맨살이 긁혔다. 금새 배어나는 빨간 핏방울. 상처를 들여다보는 사이 쓰라림이 심해져 이를 앙다문다. 피를 멎게 하고 쓰라림을 지우듯 찢긴 살을 꼭 눌렀다. 야속한듯 선인장을 노려본다. 겨우내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화분들. 그 중에서도 앉은 자리에서 사방팔방 팔을 뻗은 용.. 不平則鳴 2015.02.18
선인장, 다육식물 훈광전 노락 금전 루페스트리 세네시오 설의 유포비아 맘밀라리아 스프렌덴스관 아게이브 에리오카투스 백자금호 꽃기린 루비레크레쉬 사코카우론 George Davidson, Mariage D'Amour 不平則鳴 201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