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우리 일기가 불순해도 봄은 왔다. 사무실 뒤뜰을 주차공간으로 써 어지러워도, 따뜻한 햇볕을 받아 화단 가득 내려앉은 영산홍, 자산홍 들. 비로소 세상이 밝아졌다. 연둣빛 아깃닢 돋은 촘촘한 가지 사이가 소란스럽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한 떼의 참새가 기척에 재잘거림을 멈추고 날아올랐.. 不平則鳴 2013.05.02
봄날 무상 심약해진 건가. 가끔씩 주어지는 스트레스나 과로를 주체하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몰두할 만한 다른 일이 필요하다. 활동적인 일이야 지금으로도 충분하여, 시간이 나면 책을 읽었다. 서가에 있는 책이나 쌓아둔 책 가운데 무작위로 뽑아서 읽고 또 읽었다. 어떤 책은 진작 읽었는데도 내.. 不平則鳴 2013.04.24
화사한 여로 꽃이 피었다고 한다. 난데없이 눈이 내려 꽃을 덮었다고 했다. 이를 비가 씻었다. 바람이 요동친다. 사월의 뿌연 하늘과 제대로이지 않은 기온으로 어수선하다. 발목에 통증이 도져 입을 앙다물기도 했다. 걸을 때는 걸음 수를 세며 발을 뗐다. 어제는 여름이었고, 오늘은 겨울이다. 땀으.. 不平則鳴 2013.04.16
사랑한 다음 순간 이제 겨울은 흔적 없다. 그럼, 과연 봄인가. 사무실에 빈 자리가 많이 생겼다. 지난 해 이맘때 쯤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청첩장을 책상머리에 갖다 놓는 직원이 꽤 있었다. 두세 사람이 그럴 적만 해도 입가 웃음을 지우지 않았다. '근사한 계절에 뜻깊은 행사로 웃을 수 있어 기쁩니다. 헌.. 不平則鳴 2013.04.09
바다 건너 아프리카까지 무료함을 지우려는 걸까. 내내 눈밭을 맴돌던 낙타가 한순간 서서는 우리 밖에 있는 나를 물끄러미 본다. 마악 장엄한 사막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참이었는데. 나야말로 낙타 등에 얹혀 성큼성큼 흔들리며 걷다가 깜짝 놀랐다. 순하디 순한 눈을 보니 부끄러웠어. 몸을 돌려 내려오는 데 .. 不平則鳴 2013.03.27
봄 머리에 꽃샘추위나 황사 때문만은 아니야. 열이 뻗쳐 코 안 실핏줄이 몇날 며칠 터졌다. 메마른 건기여서 더욱 그런가. 해도 죽을 병은 아니어서 맹맹한 채로 지나치기로 했다. 날이 풀리자 괜찮아졌지만, 콧물 등의 감기 증상도 없었기에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는데. 맙소사! 냄새를 전혀 맡을 .. 不平則鳴 2013.03.12
갇힌 길 한 뼘 찬바람에 뺨이 얼얼합니다. 입김으로 손을 녹이고 습관적으로 옷깃을 여미다가는 내버려 둡니다. 웬간하면 견뎌내야겠지요. 봄 냄새를 슬쩍 맡으려면 이런 바람이라도 몇 번 더 맞아야 하지 않겠어요. 어젯밤에는 외출중에 후회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릅니다. 두툼한 외투가 여간 성가셔.. 不平則鳴 2013.03.05
데자뷰 선한 눈매의 십이층 단발머리 아주머니. 어떤 때는 이틀에 한번 꼴로 마주친다. 고등학교 수학 참고서를 손에 쥐고 있기도 해 막연히 하는 일을 짐작하게 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서부터 앞장세웠는데 뾰족구두 소리가 요란하다. 은색 승용차로 총총 가 뒷문부터 열고 신발을 갈아.. 不平則鳴 2013.02.26
잊고 있었어 모르는 새 성큼성큼 자라 마음지붕을 떠받힌 독불나무 한 그루. 허허벌판인 세상에서는 몰랐는데 다들 제 목소리만을 내는 사람들이 간지르면 소란스러움이 어색하고 머문 자리마저 버티기에는 수월치 않아 어설픈 감정만으로 바로 세우는 게 낯설어 멋적어 할 적마다 짙은 그늘을 드리.. 不平則鳴 2013.02.22
늘 끓는 세상 부동산에 목 매는 이가 많다.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라는 용어에 낯 찌푸리며 고개를 젓는다면, 당신은 소위 공직자 자격이 없다. 개발될 것이라는 소문만 무성하고 잠잠하던 공덕로터리 주변. 용산발 개발설이 들썩이자 사실 여기부터 달라졌다. 소리 소문 없이 경의선 철로가 걷히.. 不平則鳴 2013.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