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향한 길 아이들은 대체 누구를 닮을까. 나를 쏙 빼 판박이라는 딸애, 다른 것보다 유난한 고집만 보인다. 그리고 보면 닮는다는 건 외양에만 기인하는 게 아닌가 보다. 제 엄마와 잘 통해 붙어 다니다가도 한나절을 넘기지 못하니. 두고 보지 못해 꺾겠다고 덤비면 외려 더 공고해지는 고집. 방금 .. 不平則鳴 2010.08.12
빛이 있으라 어둠을 더듬으며 나아가자니 상어 아가리 안인 듯 두렵기 짝이 없다. 여기가 어딘가. 답답함을 빌미로 소리라도 지르며 해악을 끼칠래도 무어 형체가 있어야지. 혼돈스럽고 공허하여 심연의 덩어리만 흐물흐물 널브러진 곳. 그때 빛이 내려오시니 떠오르는 정물들. 제대로인 세상에서 비.. 不平則鳴 2010.08.10
하세월 길목마다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던 태공들 날랜 고기들은 잘도 피해다니더라만 외려 나만 꿰어 오도가도 못하는지 꼭 오늘만 날이라는 법 있어? 투덜대고는 돌아간 이들처럼 단호하지도 못해 한줌 건지지 못한 세월을 한탄하고 미끼를 물다 말고 내뺀 황금빛 잉어 튼실한 몸짓만.. 不平則鳴 2010.07.27
행성으로 가는 길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 현관을 들어서면서부터 서먹서먹하여 내키지 않아 하는 일 중 하나이다. 이방 저방 둘러보는 건 더욱 실례이고, 나와 다른 취향을 빌미삼아 벽걸이 그림을 꼬투리 잡고 늘어져서도 안된다. 낯선이를 경계하느라 강아지가 발 밑에서 깔짝대며 짖어대는 것도 성가.. 不平則鳴 2010.07.22
거기 좌판 장대비에 젖고 바람에 떼밀린 내 영혼, 문득 불쌍타. 혼자서 아무리 끙끙대봐라, 세상을 구할 수 있는지 점심 시간 후 강대리 주변에 데글데글 모여 앉은 사무실 여직원들 어떤 화제거리를 도마에 올려 토닥거리다가 칼로 탁 내려쳤는지 책상을 두드리며 자지러질 듯 넘어가는 웃음소리, .. 不平則鳴 2010.07.20
산을 오르는 나무 온전하게 서지 못하던 적 이야기이지. 뿌리 내리지 못한 발로 엉거주춤한 나를 걸려 개울가에 나선 어머니. 빨랫감만 잔뜩 쏟아 놓고 서성이기만 한다. 풍성한 치맛단에 감기는 이른 봄날 햇빛이 보약 같다. 온 동네 처자가 죄다 나와선 장터처럼 시끌거린다. 와중에 웃음소리가 간드러지.. 不平則鳴 2010.07.16
말의 시대 술자리는 해질녘 산길을 걷는 것 같다. 서두런들 소용 있어야지. 일어서려다가는 앉고, 채근해도 막무가내이고. 얼추 일고여덟 고개를 넘은 것 같은데도 파장으로 드는 길은 감감하다. 종내 남은 술을 엎지르고 너도나도 쑤썩여 흩뜨러진 안주 나부랭이를 집어 질겅질겅 씹던 한 녀석이 .. 不平則鳴 2010.07.13
몸의 틀 언덕 위에 우뚝한 성. 금빛 첨탑이 햇빛에 번쩍거렸다. 사방으로 견고한 성벽을 둘러 안팎이 뚜렷하게 구분지어졌다. 똬리 튼 안 세상은 어떤 것인가. 첨탑에 찔린 하늘이 피 흘리는 꿈을 꾼다. 그게 화가 나 주먹으로 담벼락을 쾅쾅 쳤다. 성벽에 짓이겨지다시피해 애꿎은 손등이 너덜너.. 不平則鳴 2010.07.06
그렇게 지날 뿐이지 살이 쪄 예전같지 않은 친구. 변화라도 주려는지 콧수염을 기른다. 간선도로 건너 인근 집에 다녀가기를 고대하는지라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설치는 우리 꼬마를 진작 알고 있다. 그집 여자애가 내 무릎에 담빡 올라앉아 고사리손으로 귓볼을 당기며 속엣말을 전한다. 말랑말랑한 옆구.. 不平則鳴 2010.06.29
꽃과 별, 뜰 나로호 발사를 보겠다고 서울에서 고흥군 외나로도까지 달려간 다해네. 남열해돋이해수욕장 진입 삼거리에서 차를 돌려야 했다. 발사가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해 아빠가 불같이 화를 냈다. 국가적인 일을 이리 쉽게 물린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면서. 애들 앞이어서 눈을 찡긋하.. 不平則鳴 2010.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