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가두는 속박 헨리 라이더 헤거드의 '솔로몬 왕의 동굴'을 재미있게 읽은 적 있다. 교과서 이외의 책을 들고 있으면 혼났다. 부득불 구석진 다락에라도 숨어든다. 깜박이는 꼬마 백열등이 걱정스럽다. 불편한 자세를 바꾸면 삐걱대는 마룻바닥. 숨 죽여 주변 동정을 살핀다. 아프리카 쿠쿠아나 왕국에 숨겨진 보물에.. 不平則鳴 2010.12.16
마음소 건초더미라도 쑤썩이면 묻어나는, 풀밭에 딩굴던 바람에 대한 기억 추운 데 나가 일하기 싫은 허기귀신은 순진한 아이들만 꼬드겼다 십이월 막바지 하늘이라, 먹을것만 찾는 우리를 쥐어박던 엄마 고개만 넘어서면 평탄길이라꼬, 내 거기 속아 내내 고개만 넘었디 이리 망가져뿔다 아이가 무너진 너.. 不平則鳴 2010.12.13
겨울 그 처음, 동백 먼지를 뒤집어 쓰고 구석에서 버틴 동백나무를 보았다. 한겨울 추위를 넘겨야 꽃이 아름답다지만 글쎄, 우선 기온이 맞지 않다. 잎 크기가 아랫녘보다 작을 뿐더러 꽃도 기대할 수 없다. 스무 살에 죽어 버린 고오띠에의 애처러운 삶을 겹쳐본다. 파리의 마들렌 성당 뒤편에 살았던 마르게리뜨 고오띠.. 不平則鳴 2010.12.10
조급한 달 뭉크의 절규에 보이는 것처럼 처절한 시간. 동동거리는 이 시간도 지난 후엔 호사일지 모르지만. 애닯다, 내가 나를 위로할 수 없다니.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서있었다. 세종로네거리에서 건너다 보는 메마른 광장은 온기 없고 지나는 이들은 두서없다. 다들 질린 듯한 표정들 뿐이다. 이런 때 FreeHugg.. 不平則鳴 2010.12.07
나, 여기 있소 그대,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지. 잠시도 그칠 수 없어 안달하는 마음. 백 개의 귀를 열고 천 개의 마음을 모아 등롱에 불 밝히려 한다. 언덕 위로 그대 모습 보일 때까지. 어두운 곳에서도 외로움만으로 견딜 수 있게끔. 눈 내리던 겨울 밤바다를 떠다녔다. 사방이 흔들려 어지럽다. 허나 천지를 무너뜨.. 不平則鳴 2010.11.30
죽음을 꿈꾸는가 꿈은 이루어진다. 우리에게 익숙한 경구이지 않은가. 헐리우드 배우인 짐 캐리는 어려운 시절에 날마다 성공한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 그래서였을까. 지금 짐 캐리를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앞뒤를 유추해 낼 수 있는 결론, 삶이란 얼마나 간단 명료한가. 허나 이런 삶도 거추장스런 지경이 될 수 있다.. 不平則鳴 2010.11.23
변해가는 원시계곡이라 음습한 부연동. 그래도 산정에 해가 오를 즈음에는 역광에 사방이 금빛으로 우쭐거린다. 바람이불에 포근하게 감춰지다가는 낱낱이 드러나던 낙엽 두둑한 길을 가는 중에 귀를 쫑긋거린다. 길이라지만 길이기 힘든 길. 발은 푹푹 빠지고 경사진 바닥은 금방이라도 계곡쪽으로 몸을 밀칠.. 不平則鳴 2010.11.17
가을 목련에 붙여서 우울한 건 왜인가. 견디기 어려운 게 무언가. 가라앉아 있는 텁텁함도 그렇지만 왜 바람마저 통하지 않을까. 창이라도 열어야지. 환기를 하려는데, 바닥에서 알루미늄 샷시 긁히는 소리가 유난스럽다. 시선을 바깥쪽에 두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가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어랏, 저 이가 여긴 왠일일.. 不平則鳴 2010.11.15
탈색 고비에서 시작한 바람 나흘 밤낮을 휘모리로 으쓱대서는 오늘 초승달까지 덥썩 물었다 몸을 비틀기도 하고 핏줄마다 쥐어짜서는 불순물이라도 탈탈 떨 즈음 숲에서 나오는 너를 보았다 초록물 뺀 까칠한 존재들이라 겹쳐 보면 어울리지 않는다 손만 대면 부숴뜨려지는 살이는 어떻고 거친 서걱임과 .. 不平則鳴 2010.11.11
서먹서먹한 계절 받아들이는 것마다 서먹서먹하게 만드는 냉기. 서리 돋은 흙이 낯설다. 심지어는 벤치마저 이리 이질감이 들도록 딱딱하다. 두서없이 떠올린다. 공원벤치에 홀로 앉아 기다리는 님도 없이 기타 치면서 노래.....한다고 읊조리던, 저음이 매력적이던 가수 홍민. 대중가요 가사도 예사롭지 않다. 어느 때 .. 不平則鳴 2010.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