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커질 때 달이 차기 시작하면 은근히 성재를 욱죄는 걱정. 허리께를 잡고 굴신이 어려운 엄마를 지나치며 이웃 아주머니들은 괜히 머리를 쥐어박았다. "어무이가 아픈 건 성재 니가 두고두고 갚아야제." 하기 좋은 말이라도 그렇지, 걸핏하면 입을 모으는데. 눈썹이 부리부리한 성재 아버지는 그러.. 不平則鳴 2010.09.16
물과 난, 춤사위 장난감을 사 왔다. 부품이 많고 조립이 복잡하여 인내심이 필요하다. 몇날 며칠을 씨름하던 꼬마가 뜻대로 되지 않자 화를 낸다. 모른 척 휘파람으로 익숙한 선율을 끄집어낸다. 눈치를 보며 가라앉히는 꼬마. 함께 앉았다. 부품을 찾아 맞추며 완성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흩뜨러진 가운.. 不平則鳴 2010.09.15
분수광장에 가다 새삼스러운 얘기를 꺼내 보자.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씩씩하게 걸을까, 노래 부를까. 이도저도 아니면 빈둥거리며 텔레비전 프로를 시청할까. 중국 음식으로 끼니를 떼우며 전화로 수다를 떨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도 좋겠지. 훌쩍 떠나는 여행도 더할 나위없이 좋다. 하지.. 不平則鳴 2010.09.14
꽃의 주검 꽃 속에서 웃는 소영이 하양꽃은 하얗게 피어 눈부시고 빨강꽃은 빨강꽃대로 세상을 홀릴 만큼 요염하고 노랑꽃은 제나름으로 가는 허리를 꺾어 간들거린다 한쌍의 박새가 수선스럽게 꽃 사이를 날아다닌다. 그래도 소영아, 꽃 중에서 네가 제일 예쁘다 순식간에 피었다 지는 꽃이 있는.. 不平則鳴 2010.09.09
악이 대세이다 사필귀정이라고? 어른들이 무심코 흘리던 말. 당연히 그리 되리라, 모두가 두말없이 믿는 진리이다. 콩쥐팥쥐전에서 보는 것처럼, 갖가지 흉계로 점철된 가시밭길을 꾸역꾸역 지나 비로소 우뚝 서게 되는 반전의 결말. 응징을 받은 악이 마침내 처절하게 무너지고 선이 자리잡는 것을 보.. 不平則鳴 2010.09.02
습관의 창 유난히 견디기 힘들던 여름. 폭염과 열대야로 대변되던 그 기세를 도무지 꺾을 수 없더라니. 비 그친 날 아침 맨살에 묻어나는 공기를 매만지며 무심코 뱉는 한숨. 다들 비로소 편안하게 되었다. 일과를 준비하며 다른 계절을 떠올리다가는 아이들 방을 슬쩍 들여다본다. 젊은 날의 한때.. 不平則鳴 2010.08.30
한낮 서성임 온전히 피서를 즐기려면 홧병 두어 근을 안아야 하지 않을까. 가속페달을 거듭 밟지 않아도 서너 시간이면 거뜬하리라 단정한 게 잘못이다. 꼭두새벽에 출발했어도 간선도로에 차를 올린 순간부터 밀리니. 부닥친 현실은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당연히 그러리라 여겼지만 아침시각도 넘.. 不平則鳴 2010.08.27
행간行間 거참 이상타, 대여섯 번을 읽어도 웅얼거림으로 맴돌던 문장 글자마다 콕콕 짚으며 따라가도 매한가지여서, 투정부릴만도 하다 늘 한걸음 더 다가들지 않는다더니. 키를 돋우는 마루금 아래 다소곳한 수렴동 삼복 한가운데 건너던 초록이 발을 헛딛어선. 안타깝다 우리 사이 동떨어져 놀던 의미라도 .. 不平則鳴 2010.08.23
그길에서 저앞이 종점인데. 그전에 썰물처럼 빠져 드문드문한 승객. 터덜거리던 버스가 마지막 트림을 게워내자 비로소 조용해졌다. 근사한 선글라스를 착용한 운전기사가 일어나다 말고 쓰윽 뒤돌아본다. 채근이 없어도 서둘러 내리는 사람들. 햇볕이 사방에 난분분하다. 미간을 좁히며 한참을 .. 不平則鳴 2010.08.20
거꾸로 가는 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장의 부부젤라vuvuzela 소리처럼 끊이지 않는 매미울음. 소음으로 받아들이면 괴롭다. 허나 인고의 세월을 묵히고선 쫓아나와 순식간에 종족번식을 이루고는 생을 접어야 하는 조급증의 발현이라면. 여름 막바지의 애닯은 하소쯤으로 여기자. 그래.. 不平則鳴 2010.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