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세상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게 뭐냐고 물어 볼까. 틀림없이 우리 아이는 제 아빠보다 늦잠 자는 게 낫다고 떠들지 않을까. 곤한 잠에 빠진 아이를 깨우려다가 말았다. 제 아빠는 이제 시작이라 신발끈을 조여 매어야 한다고 입 벌리면 쏟아 놓는데, 왜 저 녀석은 느긋한 걸까. 그대로 두면 정오를 넘기는 건 물.. 不平則鳴 2011.02.09
무법자로 살 건가 소주가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한다는 여자가 방송에 출연했다. 참 이상한 게, 뉴스가 방송이 되어야 하는데 거꾸로 방송이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또한, 다들 식사에 소주를 곁들이지 않는가. 이거야말로 깜인데, 왜들 그냥 넘어가는지. 여자라서 반주를 하면 안되는 걸까. 그렇다면 여자는 평소 주변 눈.. 不平則鳴 2011.01.31
지금보다 위성사진으로 살펴보는 지표면. 클릭하자 확대된 산야의 속살이 적나라하다. 굽이쳐 흐르고 이어져 갈래갈래마다 쫓아나간 산맥의 형상. 깊이 들여다 보면 낯설고 어둡지만 단언할 수 있다. 저 어디쯤에서 이제까지 나도 헤매었으니. 서릿발 친 흙 속에서 우화등선의 꿈을 품고 꼬무락대는 벌레의 잠... 不平則鳴 2011.01.24
밝은 곳에서 어둡게 아슬한 담장 위에 웅크린 고양이처럼 제자리걸음을 하는 선율. 말랑말랑한 흐름이 듣기 좋다. 얇은 커튼 사이로 어른거리는 햇빛처럼 깔리는 비트. 비천한 곳에서 생성했어도 스스로를 고귀하게 세우는 품격이 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시작하여 한 태생인 듯 스스럼 없이 이는 감흥. 언제 저런 순.. 不平則鳴 2011.01.18
강을 따라 내려가는 연어 아이들에게 메뉴를 맡겼더니 가족 레스토랑 쿠폰을 뽑아오는 바람에 찾았다만 못마땅하다. 이질적인 분위기에 녹아들지 못하는 나. 일괄적인 음식에 익숙한데 여긴 제각각인 것도 성가시다. 가타부타 말을 늘어 놓는 건 직성에 맞지 않다. 이왕 들어왔으면 수긍하고 적응해야지. 그러고 보니 어느새 .. 不平則鳴 2011.01.11
정월 안부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는 처음과 끝. 끝은 처음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처음은 끝을 향해서만 달린다. 처음은 느긋하고 끝은 숨가쁘다. 처음과 끝이 맞물리는 시점에서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역시 해의 막바지는 시끌벅쩍하다. 발굽 갈라진 가축만 걸린다는 구제역口蹄疫. .. 不平則鳴 2011.01.04
거기 산에서 악귀나찰처럼 달라붙는 추위. 사방을 조여 냉랭한 게 정신마저 얼얼하게 만든다. 바람 때문이라지. 체감온도가 영하 이십도 아래로 뚝 떨어졌다. 나오며 옷을 더 껴입으라고 그렇게 일러도 듣지 않더니. 모르는 체 놔둬볼까, 싶다가는 장갑을 껴도 시려운 손가락을 폈다쥔다. 꽁꽁 싸매고 지나는 이들.. 不平則鳴 2010.12.30
늘 그만큼만 한참 전이다. 가까이 지내던 후배가 찾아왔다. 나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전에 구의동에 사시지 않았습니까? 한때 그랬지. 한 오년 정도 살았을 걸. 대꾸를 하지 않아 말을 이어간다. 지하철 2호선도 지나고 주변에 관공서가 많아 편리하지. 주택가라 조용했어. 물가가 비싼 게 흠이지만. 제가 .. 不平則鳴 2010.12.28
길이 없어도 간다 약속 장소에 먼저 와 있던 친구. 나를 보자 대뜸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화끈하다. 일순간에 시선이 내게 모였다. 대수롭잖게 한 손을 들었다만. 어느 때부터 값비싼 고어텍스 소재의 등산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 뿐이던데, 물들인 미제 사지 군복을 걸친 생경한 모습이라니. 끈을 채 매지 않아 헐.. 不平則鳴 2010.12.23
빈집, 나무의 기억 온종일 너만 생각해 한시도 너를 떠올리지 않은 적 없어 품안 가득 바람을 키워도 가지를 흔들어 떠나 보낼 적에도 떨쳐 버릴 수 없는 너 꽃 핀 어느 아침에 눈 뜨며 알았지 내 속에 또 다른 내가 들끓는다는 걸 이상하지, 주어진 쓸쓸함이야 천형이라도 거뜬할 줄 알았거든 수면에 번지는 파문처럼 나.. 不平則鳴 2010.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