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돌보는 일 해를 가리고 하늘을 찌르던 산이 지금 보니 별 게 아니다. 드문드문 차창에 찍히는 빗발을 지우며 내비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조붓이 앉은 시골 마을 앞에 섰다. 밥주발을 엎어 놓은 것 같은 산을 필두로 길게 쫓아들어간 골짜기 안을 기웃거린다. 외진 곳에 방문객이.. 不平則鳴 2015.06.11
그렇게 살아가기 작달막한 키에 어기적거리는 걸음, 뒤뚱대며 흔들리는 몸. 우습기도 하지만 펭귄은 명색이 '남극의 신사'이다. 금방이라도 신사를 만나러 갈 것처럼 일어서다가 기침을 한다발이나 쏟아냈다. 콜록거릴 때마다 오른쪽 가슴을 송곳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펭귄은 굳이 남극이 아.. 不平則鳴 2015.06.01
미워하는 것도 나의 힘 후배가 찾아왔다. 찻집에서 만나 주문판을 보는데 주위 사람들 놀란 시선도 아랑곳없이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갑자기 왜 이래?" "이렇게 늦어서야 선배님께 죄스러움을 사과드립니다." 온 나라에 민주화의 광풍이 몰아치던 때, 너도나도 불만을 드러내고 소리치던 시절, 사사건건 .. 不平則鳴 2015.05.21
초록 동화 전동차 안이 별안간 소란스럽다. 생각에 잠겨 있던 사람, 스마트폰에 눈을 박고 있던 사람, 작은 소리로 통화중이던 사람, 졸고 있던 사람 들이 너도나도 일어섰다. 타는 이와 내리는 이가 엇갈린다. 빈자리를 보고 다들 분주히 쫓아다녔다. 이곳 왕십리에서 정장 차림이던 출근족 대신 산.. 不平則鳴 2015.05.15
그대 없어도 마음에 둔 이가 생각나면 사진으로나마 꺼내 보는 사람들. 친구 스마트폰이 켜질 때마다 액정화면에 뜨는 그의 아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 꽃보다 밝다. 내가 아는 그녀는 깡마르고 지친 눈빛을 수줍게 내리깔던 자태 뿐인데, 저렇게 초롱한 시절이 있었다니. 때가 되어 꽃이 .. 不平則鳴 201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