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앓이 위안이 되는 꽃. 애잔한 겨울 햇빛 속에서도 여린 싹과 꽃몽오리를 틔웠는데 어느 때부터 시름시름하다. 생이 온전하게 자라고 살아가는 게 즐거움으로 새겨지더니 문득 생기를 잃은 모습이 안타깝다. 물빠짐이라도 되면 나을 것 같아 추운 날임에도 분갈이를 했다. 이러고서도 살지 못.. 不平則鳴 2015.03.24
우리 겨울 큰외삼촌이 집에 왔다. 심부름으로 술 한 주전자를 사 온다. 교자상에 술과 간단한 다과를 차려냈는데, 드시는 동안 지나는 인사치레 두어 마디가 고작이다. 작은외삼촌과 마찬가지로 교직에 있었는데, 식구들이 모여 와글거릴 때에도 한켠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분이다. 지나다 들.. 發憤抒情 2015.03.13
눈사태 이 길을 따라가면 무엇이 있을까. 길이 끝나는 곳에서 맞닥뜨리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면 길이 길로 이어져 돌아오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전신주에서 전신주까지 구간을 정해 세듯 걸었다. 구름이 어느 순간 빠르게 움직였다. 내 걸음도 자연히 빨라졌다. 희끗한 눈발이 비치기 시.. 發憤抒情 2015.03.04
담쟁이넝쿨 싹이 다시 돋듯 "우리 한번 만나야지. 오랜만에 친구들과의 자리를 만들까 하는데, 멀지만 너도 올 수 있는지 궁금해서...." 전화로 들으며 열거하는 동무들 얼굴을 하나하나 그린다.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낯선 감도 없지 않지만 불원천리 쫓아가고픈 마음이 무럭거린다. "그래, 별 일 없으면 가야지. 내.. 不平則鳴 2015.02.28
너를 안을 수 없어 가시에 맨살이 긁혔다. 금새 배어나는 빨간 핏방울. 상처를 들여다보는 사이 쓰라림이 심해져 이를 앙다문다. 피를 멎게 하고 쓰라림을 지우듯 찢긴 살을 꼭 눌렀다. 야속한듯 선인장을 노려본다. 겨우내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화분들. 그 중에서도 앉은 자리에서 사방팔방 팔을 뻗은 용.. 不平則鳴 2015.02.18
선인장, 다육식물 훈광전 노락 금전 루페스트리 세네시오 설의 유포비아 맘밀라리아 스프렌덴스관 아게이브 에리오카투스 백자금호 꽃기린 루비레크레쉬 사코카우론 George Davidson, Mariage D'Amour 不平則鳴 2015.02.13
또 다른 곳에서 식구가 모였다. 때가 되어 상차림으로 모처럼 분주하다. 말간 얼굴과 환한 웃음, 자분거리는 걸음들이 평화롭다. 헌데 이 집 남자들은 어째 하나같이 집안일을 도울 줄 모를까. 식탁에서 반찬 그릇을 가지런히 놓는 손을 보다가 단아한 아이 옆모습을 보았다. 무시로 보는 익숙한 모습이 .. 不平則鳴 2015.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