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 건너편 키큰 나무들을 보았다 분주한 사람들 아우성이나 질주하는 차량에도 아랑곳 없이 봄 오면 싹 틔우고 꽃 피운 다음 열매 맺기에 열중하면서도 의연한 자태를 흩뜨리지 않는 나무 햇빛이 얹힌 나뭇잎들이 바람에 까분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던 소녀가 나무 아래서 멈추었다 안전모를 벗자 출렁이는 흑단 같은 머리카락 덩치 큰 버스가 풍경을 가리는 바람에 까치발을 했다 오홋, 차도쪽으로 내밀었던 발을 거둬 들여야 했다 발 아래 보도블럭 틈을 터전 삼아 구가하는 생이라니 바람이 길바닥을 쓸었다 물도 자양분도 없는 이 척박한 곳에서 어떻게 견뎠을까 초등학교 때 짝이 되었던 영이가 불현듯 떠올랐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은근히 순응하던 큰 눈망울 복도를 돌아나가다 말고 돌아보던 단발머리 그래, 네 이름은 '영이'야 주변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