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말을 잘했으면 좋겠다. 중국 전국시대 합종과 연횡책으로 제후들을 설득했던 소진이나 장의 만큼은 아니라도, 제대로인 생각을 제때 차분하게 나타낼 수 있었으면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말하다 보면 도취되어 어조가 높아지거나 빨라지기도 하고, 경청하는 이를 보며 분위기를 타는 순.. 不平則鳴 2015.11.24
지난 다음 보고 듣는 것이 다 신기한 네살 귀염둥이. 유아원에 다녀온 어느 날 거침없이 소리친다. '똥!'이라고. 아이 입에서 '똥'이라는 말이 나오자 엄마아빠라든지 주변 어른들은 기함한 듯하다. 이것도 '똥!'이고 저것도 '똥!'이다. 놀라는 어른들이 재미있는지 아이는 연거푸 '똥이야, 똥!'하고 소.. 不平則鳴 2015.11.22
산다는 게 사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그저 그래.', '그날이 그날이지, 뭐.' 가볍게 받는 어투이다. 어떻게 살았느냐고 물었어야 할까? 웃음을 거두고 눈을 들여다보면 신중해지기도 한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조각배처럼 흔들려.', '어름사니가 줄타기하는 듯하지.' 심드렁하여 독백처럼 뇌까리기도 .. 不平則鳴 2015.11.16
가을 수산리 나뭇잎에 얹혀 노니는 햇빛. 바스락대는 숲길.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두런두런거리며 걷는 오솔길에서 때아니게 합세하여 조잘대던 산새 소리. 문득 우리가 가을 속을 눈물겹게 지나왔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David Angell & Russell Davis, The Adieu 不平則鳴 2015.11.11
실적이 있어야 산다 줄선 화물트럭과 내달리는 질주족들 사이에서 서커스를 하듯 가속페달을 밟았다. 때로는 커브길에서 몸이 쏠리기도 하고, 드리프팅을 하듯 차체가 밀릴 정도로 달렸다. 비로소 코를 '킁킁'거렸다. 공기도 익숙하다. 거의 다 와서야 드문드문하던 차가 잔뜩 몰려있는 곳을 만났다. 사냥감.. 不平則鳴 2015.11.08
십일월 그것 십일월 창살 때문인지 창천 해도 멀다 나를 욱죄고 짓누르며 꼼짝 못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두리번거리며 허우적거려도 청맹과니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Carlo Aspri, A Moment Of Eternity 不平則鳴 2015.11.07
꼬리뼈에 대한 기억 봄날, 살색 조그맣던 몸. 초록으로 변해 나무 등걸에 잎사귀처럼 감쪽같이 붙어 있더니, 십일월 박토 위에서 거무틔틔해진 도마뱀을 본다. 어느 때 위험 구덩이에서 구사일생 살아났는지 낭창거리던 꼬리일랑 싹둑 잘려버린 채 머뭇거리다가 도랑을 건너 옹벽 사이로 부리나케 사라졌다... 不平則鳴 2015.11.01
우리가 나무였을 때 "영수도 와야지.....!" 쑥덕거리면서 다들 문쪽에 시선을 둔다. '영수가 누구지?' 보면 알겠지만 되짚어도 감감하다. 익숙한 이름이나 얼굴은 지나친 습관까지 소상히 기억하면서 왜 어떤 부분은 사막 한가운데 떨어뜨린 바늘처럼 기억의 흔적도 없을까. 오랜만에 만난 동무들이 차츰 옛이.. 發憤抒情 2015.10.23
이제 괜찮아야지 비 오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지난 날이 자취 없어 미상불 다가올 가을과 겨울을 걱정스레 떠올렸다. 그래서 이상하다. 아직 초록을 미처 벗지 못한 풀과 나무가 지천인데 어쩐 일일까. 이른 시각 지하철로 들어가는 입구, 난데없이 방한점퍼 차림인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말야. 다음 날은 .. 不平則鳴 2015.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