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보던 봄 불을 켜두지 않아 거실이 어두컴컴하다. 한참 전부터 스마트폰에만 눈길을 두고 있는 아이를 슬쩍 찔렀다. "배 고프지 않냐? 나가서 고기라도 먹을까?" "에이, 귀찮아요." "그럼, 밥이라도 차리든지." "아침에 엄마가 전기밥솥이 고장났다고 투덜거리던데요." "그래? 냄비 같은 것도 있잖아.".. 不平則鳴 2016.04.15
밥 짓는 그대의 아름다운 저녁 캠핑을 간다. 몇날 며칠 친구들과 무시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작당하여 바리바리 싸들고 가서 즐겁게 먹고 놀고, 자유도 만끽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돌아오는 우리 꼴이 말이 아니다. 그게 먹고 자는 게 부실해서이다. 서로 몰골을 보며 웃었다. 입을 모으는 게 '열.. 不平則鳴 2016.04.13
꽃 소식 그대 맞으러 나가 서성인 저녁 길마다 궂은비 긋고 찬바람이 기승을 부렸다 괜스레 발 동동거리며 끓이는 애간장..... 뒤척이며 빗소리와 기침으로 새벽녘에야 까무룩 잦아들었는데 눈뜬 아침 이불깃에 던져진 햇살 한 조각 성큼 열린 아침이 낯설어 새우눈으로 뜨락에 서있는데 발바닥.. 햇빛마당 2016.04.04
어떻게 꽃을 피울까 복도를 지나가는 구두닦이를 불렀다. "아깐 자리를 비워서.....지금 갖고 가서 닦을 수 있나요?" "안됩니다." 월정액제로 닦는데, 회의를 하고 상담을 하느라 비운 틈에 다녀간 모양이다. 오후에 만날 사람도 있어 재차 사정을 얘기하는데 의외로 퉁명스럽다. "그러지말고 이번만 사정을 봐.. 不平則鳴 2016.03.30
봄맞이 텁텁한 막걸리 한 통이면 족하다. 이제 독한, 막된 살이는 그만. 순하게 살자. 아암, 줄여야지. 그래도 아직 멀었어. 날마다 빠뜨리지 않고 술병을 꿰차고 올라오는 게 못마땅하다. 눈 흘기며 쏘는 지청구를 한 귀로 흘리고 딴전 핀다. "아무래도 중독이지요!" "그 정도라면 마실 엄두도 못.. 햇빛마당 2016.03.18
기영이 2. 농구를 마쳤을 때는 어둑해서 맞은편 아이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뒷정리를 하는 와중에 경기와 내일 일정과 미리 가는 애들 배웅으로 부산을 떨었다. "헌데 여기 가방을 누가 가져갔노?" "가져갈 사람이 어데 있다고 그러노?" 소지품을 모아둔 곳에서 내 책가방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 發憤抒情 2016.03.14
기영이 공처럼 동글동글한 우리 박박머리들은 공부야 뒷전, 쉬는 시간에도 공을 찬다. 학과 시간이 끝남과 동시에 부리나케 운동장으로 쫓아나갔다. 골대를 한 면만 쓰므로 우리말고도 서너 팀이 뒤엉켜 분주하다. 소리치며 이리저리 휘저었다. 어느 순간 공이 내게로 흘러와 발을 쭉 뻗었다. 공.. 發憤抒情 2016.03.10
봄비 오는 밤 끼닛거리가 간당간당해도 아랑곳없는 아버지. 오늘은 손님과 더불어 오셨다. 양은주전자를 딸랑거리며 점빵으로 달려가는 것은 으례 내몫. 백열등이 흔들렸다. 담요에 아랫도리를 파묻은 점빵 강씨댁이 고갯짓으로 가리키는 바닥. 아구리만 삐져나온 독 뚜껑을 열자 시큼한 술 냄새가 .. 햇빛마당 2016.03.04
겨울굽이 눈이 귀한 겨울. 메마른 날이 이어져 자고나면 콧속이 맹맹했다. 기온이 곤두박질쳤다가는 주춤하여 오르지 않았다. 기침 환자들이 수두룩하여 식사중에도 예사로 콜록거리고, 엘리베이터 안이나 회의중에도 밭은소리를 낸다. 몸살로 드러누웠다며 카톡에 오른 한줄 소식을 보기도 한다.. 不平則鳴 2016.03.02
오래 참아서 늑대 울음소리 같은 바람에 밤새 할퀴고 찢겨도 꿈을 꾼다 아지랑이 아른대는 봄날 오후 햇살에 불현듯 꽃 피우고 새닢 뿜을 장대한 역사를 Tears Of Gideon Rolling Down From Olympus 不平則鳴 201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