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는다는 것, 잊힌다는 것 업무 중 걸려온 전화. 얼른 용건을 마치고 하던 일을 마쳐야 하는데 상대는 끈질기다. 일을 미루고 상대하는 중에 호출을 받았다. 겨우 매조지고 쫓아가는데 출입문에 아는 이가 기웃거린다. 두세 가지 일을 내색하지 않고 해치우는 게 아무렇지 않았는데 인제 벅차다. "식사하러 갑시다.".. 不平則鳴 2016.08.31
자두를 깨물다 한밤중에 발이 저리다. 잠결에 뻗다가 비명을 질렀다. 종아리에서부터 대퇴부쪽 근육이 당겨서는 다리를 펴거나 오므릴 수 없을 지경이다. 돌아누우면 나을까 했는데 이도 허사. 근육이 가닥가닥 말리는 기분이다. 아파 말로 다 할 수 없다. 눈을 떴다. 몇시나 되었을까. 텁텁한 기온과 캄.. 不平則鳴 2016.08.16
여름, 그녀 "오늘 면접할 사람이 와 있는데요." "아직 시각이 이르잖아요?" "네, 그런데 와 있습니다." "그럼, 봐야지요." 때로 밀린 업무는 혼을 빼놓는다. 출근하고서부터 정신 없이 쫓아다녔다. 의외로 추운 회의실. 에어컨은 가동되지만 여긴 사람이 드나들지 않아서이다. "정다운입니다." 얼굴이 달.. 不平則鳴 2016.08.10
오래 살아남기 부고를 띄우자 안면 있는 아주머니 몇몇과 한달음에 달려온 경희 어머니는, 표정이 상기되어 송글송글한 이마 땀을 훔칠 새도 없이 주저앉아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곡성이 터져나온다. 서러운 울음 소리가 커졌다. 그게 나중에는 병원 장례식장이 떠나갈 듯한 대성통곡으로 이어.. 發憤抒情 2016.08.04
불볕지옥 백화점 식당가에서 내려오던 여동생이 잡아끈다. "어머! 저기 좀 봐. 저 옷 어때요?" "응, 요즘 입으면 딱 좋겠네." "보고 가요."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까. 끄덕이며 옆에 섰다. 여긴 다른 곳보다 앞서 여름을 지울 참인지 세일중이다. "마음에 들면 사 줄게. 입어봐." 색깔이 도드라져 파격적.. 不平則鳴 2016.07.27
누군가 있다는 것 바람에 날린 낙엽이 길바닥에서 춤을 춘다. 길 건너던 강아지가 앞발을 촐싹대며 날뛰었다. 목줄을 잡고 있던 주인이 의아해 뒤돌아본다. 아이는 사흘 밤낮을 잤다. 자다 말고 갈증이 이는지 냉장고 안 소주도 꺼내 마시고, 패트병 맥주도 반쯤 비웠다. 언제 나가서 사 왔는지 바닥에 과자.. 不平則鳴 2016.07.21
여름 밤낮 모임에서 권커니 잣커니 마시는 중에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어떻게 돌아왔을까. 억병으로 취해서는 씻는 둥 마는 둥 까무룩 잠들었다가 출출함에 눈을 떴다. 칠흑같은 어둠이 낯설지 않다. 뒤척이다가는 일어났는데, 이 신새벽 바깥에 나가 술이라도 사 와야 할까! 초록 숲에서 귀 기울인.. 不平則鳴 2016.07.19
칠월, 양동마을 평일임에도 예매가 힘든 열차표. 결국 서울역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전화를 받았다. "자유여행권은 역에서만 살 수 있다네요. 그거라도 구해 주세요." "그러지, 뭐" 뒤따를 일행을 위해 구한 열차표를 전할 길이 막연하다. 사물함에 넣어 두라는데, 지문인식이어서 별 소용 없고. 이리저리 .. 不平則鳴 2016.07.15
또 하나의 표정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왜?" "어른이 되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하하, 임마. 제대로 된 어른이 되어야지. 그러려면 어떤 음식이든 골고루 많이 먹고 사자나 곰처럼 건강해져야겠지!" 어른이 되는 관문이 있었던가. 자각 못하고 행한 오류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과정이어도 .. 햇빛마당 2016.07.12
밤 이야기 사흘째 때아닌 불면으로 고생이다. 한밤중에 책을 뒤적이다가 옷 다림질도 한다. 다리미에서 뿜어진 열로 사방이 뜨끈뜨끈하다. 유선방송 채널을 순번대로 헤집다가 걸레를 빨아 바닥을 '박박' 문지르기도 했다. 땀이 사정없다. 몸이 젖어 후줄근해도 더욱 맑아지는 정신. 고기떼가 머릿.. 不平則鳴 201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