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We Are Young 저녁 식사가 끝나자 뿔뿔이 흩어지는 식구들. 밥 숟가락을 들거나 움직이는 중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결국 나도 어슬렁거리다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조치훈이 목숨을 걸고 둔다던 바둑. 밤이 이슥하도록 상대와 싸워 집을 넓히고 이겨도 흡족하지 않다. 참, 재미없다. 잠.. 思索一音 2017.01.03
Jethro Tull, Elegy 벗처럼 음악을 받아들였다. 세상에 나가면 차이고 깨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렇게 마음 한쪽 금 가고 부서뜨려질 때마다 양은대야에 물을 가득 받아서는 낯을 씻었다. 거칠게 푸득거리다보면 온몸에 일어섰던 비늘이 하나씩 가라앉았다. 어둑한 방에서 LP를 뒤적이며 혼잣말하던 시절.. 思索一音 2017.01.02
Bob Dylan, Lily of the west 새해 일출을 맞이하려고 북한산에 올랐다. 헤드랜턴을 착용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날이 풀려서인지 살얼음 내린 바위가 미끌미끌했다. 봉우리마다 어마어마한 사람들. 야속하게도 구름 속 해는 쫓아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다들 마음속 밝은 등 하나쯤 거뜬히 품고 내려갔으리라! 밥 딜런.. 思索一音 2017.01.01
Traffic, John Barleycorn(Must Die) 친구들은 모이면 그 시절 얘기를 꺼내곤 했다. 집집마다 궁기가 흘러 떠올리기 싫은 시절이기도 했지만 돌아갈 수 없어서 아름다운 추억이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이유 하나를 들자면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 이야기이어서이다. 한 번은 시내에 약속이 있어서 나간 적이 있다. 청바지를 쫙 .. 思索一音 2016.12.31
Paul McCartney, Monkberry Moon Delight 자정을 넘겨 들어온 아이 눈자위가 발갛다. "왜 이렇게 늦었냐?" "회식이 있었어요." "차는 있더냐?" "아뇨, 그냥 택시로 왔어요." "왜 울었니?" "아니에요. 울긴요. 그냥 들어갈게요." "그래, 씻고 자거라." "네에." 운 게 뻔히 나타나 있는데 고개를 돌리고 들어가는 아이. 그럴 때도 있다. 궁극.. 思索一音 2016.12.30
Lanfranco Perini, Ave Maria 장날인가. 지나는 길에 들른 괴산 청천 시골장터. 구경하며 제수거리라도 장만할 참이었는데, 북새통을 비집고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대신 길바닥에 전 편 차떼기 장사치에게서 과일 한 상자를 샀다. 돌아나오는 길, 잰걸음으로 앞을 지나는 아주머니를 보았다. 키가 나보다 두 뼘.. 思索一音 2016.12.26
Julio Iglesias, A song of joy "아줌마 정말? 잘됐다, 잘됐어." 통화를 마쳐도 이어지는 호들갑. 이웃사촌이랬지. 오래도록 함께 살아 자매 같은 아주머니 딸아이가 드디어 결혼한다고 했다. 소식을 전하는 이도 목소리가 떨리는데 본인은 오죽할까. 서른도 훨씬 넘겨 도무지 갈 것 같지 않아 애를 태웠는데. 얘기를 들.. 思索一音 2016.12.24
겨울 설악 늘 조용한 민희씨. 옆에 있어도 없는 듯하다. 서너 번 봐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심하다. 티브이에서 보는 탤런트와 거리가 있는 얼굴이어서인가. 아니, 애초 관심을 두지 않아서일 게다. 본인도 이를 자각한다. 내색하지 않는다. 사람들과 떨어져 껍질 속에 들어 스스로의 .. 不平則鳴 2016.12.19
우리 언제까지 한 여자가 죽었다. 꽃다운 생이 끝났다. 가버린 사람은 말이 없고, 남은 사람은 애닯다. 그녀 어머니가 오열을 한다. 눈두덩이 부어 제대로 떠지지 않을 만큼. 아이들만 보며 홀로 지나온 세월이 한스럽다. 고양이 울음처럼 떠도는 흐느낌이 질긴 명주실 같다. 생전의 그녀와 북한산을 오.. 不平則鳴 2016.12.15
Archaeopteryx 화석 시조새(Archaeopteryx) 화석처럼 펼쳐진 고군산군도. 요동칠까 봐 발을 크게 굴러 보았으나 끄덕없다. 채 발달하지 못해 오래 날기 힘들었던 흉골돌기쯤에서, 오종종 모여 십이월 햇빛과 파도소리를 즐기던 후손들이 훌쩍 날아올라 여보란듯 파란 바다를 갈랐다 Edward Simoni, Serenade 不平則鳴 2016.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