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시간 묻기 꿈이 어찌나 요란스럽던지 얼떨떨하다. 굼뜬 자세로 있는데, 와글거리는 모닝벨. 가 보니, 아이는 잠결에 소음을 지우지 못해 더듬거리기만 한다. 대신 정지 버튼을 눌러 준다. 잠은 시공이 구분되지 않는 일차원인지, 아님 사차원의 세계인지. 지금 우리 아이는 과연 어디에 머물러 있는 걸까. 에스에.. 不平則鳴 2009.02.13
또 다른 저녁 침을 삼키기 위해 목을 빼야 했다. 요지음은 좽일 날씨가 왜 이려? 구름이 낀 듯 꾸물거리기만 하고. 비가 언제 왔더라? 땅이 이리 가물면 온전한 게 있을 수 없지. 어느새 어두워졌나. 조금 전까지도 주위가 또렷하더니 사물을 분간할 수 없어. 그려도 이만한 걸 다행으로 여겨야제. 침침.. 不平則鳴 2009.02.11
우화등선 소통이 안되면 답답하다. 갇힌 줄도 모르고 갇혀 있어야 한다면 얼마나 암담할까. 소리를 낸다. 여보세요! 누구 없나요? 억지로 크게 불러본다. 여보세요! 격리된 공간. 저 혼자 웅웅대던 소리. 꼬리가 맥없이 사그라드는 것을 보면 차츰 무섭다. 처음엔 아무렇지 않다가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수반된다.. 不平則鳴 2009.02.09
세상을 움직이는 손 수업중 기사 작성과 인쇄 과정에 대한 설명을 하던 선생님이 돌아본다. 아부지가 신문기자제? 이저를 따질 겨를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이르신다. 낼 신문 인쇄하는 데 쓰이는 연판 하나 주실 수 있는지 부탁드려봐라. 다들 봐야 알기 쉽겄제. 비릿한 냄새가 없어 당신이 즐겨 드시는 조기가 아침.. 不平則鳴 2009.01.30
늘 이 길에 길을 잃었다. 지나온 길이 낯설어 그대로 가면 안될 것처럼 혼란스럽다. 아무나 붙잡고 물어 볼 참인데, 황량한 바람만 오가는 읍 구석 어디 인적이 있어야 말이지. 단층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키재기를 하는 곳. 블록 담 허물어진 틈에 지난 여름 무성하던 호박 넝쿨이 질긴 섬유질만 걸치고 사그라.. 不平則鳴 2009.01.25
바람소리 날카롭고 뾰족한 바람. 잘 드는 칼날처럼 살갗을 저미고 포를 뜨다가 송곳처럼 쑤셔대기도 한다. 부산스러움은 또 감당하기 어렵다. 잠시도 한자리에 머무는 법 없어 세상 곳곳을 쑤썩이며 돌아다녔다. 지하철로 바쁘게 달려가는 이들 옷자락을 휘감아 오르기도 하고, 보도 한켠에 모여 옹송거리는 메.. 不平則鳴 2009.01.15
걸음에 붙여서 한 여자가 죽었다. 말을 나누면 주저하는 법이 없었지. 달콤한 목소리로 향기나는 언어를 싫증나지 않게 엮어내던 입은 닫혔고, 초롱한 눈망울은 감겼으며, 꽃다운 얼굴이 경직되어 상큼하고도 아름다운 미소를 이제 떠올리지 않는다.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그렇게 즐기던 수영장에 다니러 .. 不平則鳴 2009.01.08
겨울손님 온난화의 영향으로 비교적 따뜻한 겨울이지만 종잡을 수 없는 날씨. 기온이 영하권 아래로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다른 때와 달리 몸이 으스스했다. 간헐적이던 기침이 심해져 기관총을 갈겨대듯 잦아지기도 한다. 잠결에 의식을 돌아오면 이불깃을 모다쥐고 어둠을 깨뜨리는 소리를 세.. 不平則鳴 2009.01.06
해넘이재에서 한참 되었지. 들여다 볼 적마다 정지된 로봇처럼 고정되어 있는 동작이. 책장을 넘기지도 않은 채 펴둔 걸 보며 결국 한소리 한다. "야, 이 녀석아, 글줄도 안읽으며 뭔 생각이 그리 많냐?" 촛점없이 회색 허공에서 까무룩하던 눈이 허둥지둥한다. "이리 나와. 가까운 산에라도 올라가 볼래?.. 不平則鳴 2008.12.30
언제까지나 우리가 눈을 뜨기도 전에 자글거리는 라디오. 윙윙-거리던 소음에 잡음도 섞였다가 신호가 잡히면서 차츰 또렷해진다. 아버지는 아침에 뉴스만 듣는다. 당신이 자는 사이에 어떤 사건 사고가 있었을까.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하며 세치도 뽑고, 그리고 아침 상에 앉아서도 귀를 기울인다. 수저 소리를 내.. 不平則鳴 200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