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서 섬인 채 머물고 싶은 적도 있었지 막막함에 싫증나면 또 다른 섬을 찾지 허나 섬으로 섬에 다가갈 수 없는 우리를 본다 자위의 주문이라도 우물우물 매일 아침 입 안에서 꺼내자 천만 년이고 억만 년이고 견뎌보자고 견뎌보자고 과연 그렇더냐, 적막 속에 앉아 있어 봐라 침잠해 가라앉는 중에 마음 한.. 不平則鳴 2009.06.24
잃어버린 우산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세상. 점점이 웅크린 나무 사이로 여름이 자취를 공고히 다진다. 구획된 아스팔트를 따라 장난감처럼 움직이는 자동차들. 오늘은 가로 올망졸망한 우산 행렬이 줄을 잇는다. 휘몰리며 아래쪽으로 빗금질하는 비. 허리를 구부려 키를 줄이던 바람이 요동친다. 들이치는 .. 不平則鳴 2009.06.16
난전에서 익히 아는 뉴턴의 제1법칙. 외력이 없는 한 물체가 운동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관성慣性이라고 한다. 여기서, 습관에도 관성의 법칙은 적용될 수 있을까. 무조건 변화가 싫다면, 변화야말로 스트레스이다. 당연히 무의식의 발로에서라도 과거 상태로 남아 있으려고 하겠지.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도.. 不平則鳴 2009.06.08
흰비둘기의 현신 나무끼리 어깨에 팔을 둘러 만드는 터널. 햇빛도 들지 않는 길이 한참이나 지속된다. 가파른 등성이를 치고 오르느라 번들거리던 맨살이 촉촉해진다. 수목 짙은 향이 폐부 깊이 스며든다. 그리고 맞는 암릉, 손으로 차양을 만들며 건너다 보는 숲의 바다. 바람 손길을 따라 물결이 갈라진다. 나무는 초.. 不平則鳴 2009.06.02
얼뜨기 걸음 각본이 탄탄한, 그래서 손에 땀을 쥐며 본 영화가 불현듯 끝났을 때의 아쉬움이란. 처음부터 다시 볼 수는 없고 별수없이 일어선다. 훤한 햇살에 눈을 뜰 수 없다. 영화관 안팎이 전혀 다른 세상이니. 그 판국에 덜컥 거울 앞에 서면 한숨부터 난다. 영화 속 멋진 주인공인양 우쭐하다가 마주친 못난이.. 不平則鳴 2009.05.27
길의 부재 아따, 꿈도 드럽네. 똥통에 빠져 허우적대다 깼으니. 이른 시각이어서 여편네가 희번득 눈을 흘기고선 입을 삐죽 내민다. 에그, 하나뿐인 우리 남편 날쌀로 잃을뻔 했네. 나라도 얼릉 부르지 그랬소? 물론 불렀지. 아무리 소리쳐도 안오길래 고갤 뺐더니 님자도 옆 똥통에서 허적대고 있더만. 가만, 꿈.. 不平則鳴 2009.05.21
꽃이며 길이며 말言이며 부음訃音을 받았다. 죽은이의 길 떠남은 단호하고 거침없으나 산 자의 걸음에 감기는 것은 왜 그리 많은지. 멀어도 가봐야지요. 마침 떠나는 차가 있어 오른다. 평소 마주할 기회가 드물었는데 동질감이 사람을 묶어준다. 차를 바꾸셨네요. 치하하자 이미 두어 해 전에 장만한 차라며 가속기를 꾹 밟는.. 不平則鳴 2009.05.12
가두리사랑 내처 달리던 열차가 앞발에 제동을 건다. 사람들 몸이 밀리다가 쏠렸다. 정차역에 들어설 거라고 웅얼대는 안내방송이 끝나기도 전에 부산한 일단의 무리. 알록달록 차리고 선글라스까지 챙겨든 사람들이 진작 창 밖 풍경을 살피며 선크림이나 미백화장품을 맨살에 토닥였다. 햇볕 아래.. 不平則鳴 2009.05.06
나도야 작가 오늘 하루를 어떻게 지냈는지 생각해 보세요. 예쁜 꽃을 보며 감탄하지 않았나요? 파란 하늘을 보며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근사한 생각들을 담지 않았나요? 이러한 기억을 글로 표현해 두면 어떨까요. 글쓰는 재주가 있어야 한다구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 不平則鳴 2009.04.30
어제의 오늘 얼마나 먼 길을 돌아왔을까. 무턱댄 걸음에 발은 허공을 헤집고 입은 단내를 머금었다. 그래도 주저앉아 있을 수야 없지. 별뜻없이 여기저기를 들쑤시고 다녔다. 꿈을 꾸면서 또 꿈을 꾸다니. 그것도 꿈을 꾼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자동차가 바삐 지나는지 짧게 울리는 경적 소리를 들은 듯도 하다. .. 不平則鳴 2009.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