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고 지는 일 여게 작년 그 자리에 올해도 여지없이 노루귀가 피었구만. 아장대는 햇살을 따라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던 친구가 들뜬 음성을 보낸다. 마른 낙엽을 단속하고 숨을 가라앉히겠지. 몸을 낮추고 역광을 쟁여 솜털 보송송한 모습을 파인더에 담을 것이다. 조심스레 기웃거리는 봄. 그래도 조만간 낭자해진.. 不平則鳴 2009.04.17
죽고 사는게 음악뿐일까 선택하고 집중하랬다. 허나 봄날 꽃잎처럼 가볍게 오르내리는 마음을 글 이랑 사이에만 쳐박아 둘 수 있어야지. 엉거주춤 고개를 들자 열리는 세상. 꽃들의 요염한 자태와 좇아나온 벌, 나비 들이 펼치는 생의 군무. 입이 벌어진다. 여느 사람들의 환호를 기대하고 둘러보다가 머쓱해졌다. 봄날 햇볕이.. 不平則鳴 2009.04.14
비무장지대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 늦게 들어서는 중에도 환호를 보내준다. 자리에 앉자 난무하는 익숙한 시끌거림. 예전처럼 욕도 내지르고 어리광도 부리며 걸죽한 분위기에 녹아드는 알록달록한 아이들. 개중 한 녀석이 다가와 옆구리를 툭 친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슬쩍 근황을 묻더니, 자기는 요즘 골프.. 不平則鳴 2009.04.10
북한산의 봄 낮은 곳에서 꼬물거려도 평온해야지 싶었는데, 걷기 시작하자 걸음이 차츰 빨라졌다. 이래선 안돼, 상념이 많아져선. 그렇찮아도 주변 북적이는 인파에 정신이 산만해져 있었다. 제자리에 선다. 배낭 끈을 잡아당기며 덩달아 들쑥날쑥해진 숨을 조절한다. 삼삼오오 짝을 이뤄 시끌벅쩍 지나는 사람들 .. 不平則鳴 2009.04.07
서불과지 정방폭포 암벽 마애각 '서불과지(徐市過之)' 남쪽 바다에 홀로 섰다. 살랑거리는 바람과 눈부신 햇살에 들끓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일을 두고 무수한 생각만 갈래를 쳤지, 어디에서도 길을 찾지 못했다. 미련으로 미적거릴 때 말이지. 떨고 떠나자 차츰 나아진다. 내 처지를 대변하기라도 .. 不平則鳴 2009.03.25
봄은 어떻게 오나 가끔 함께하는 북한산행팀, 오늘은 유독 흐느적댄다. 그도 그럴 것이 휴일이다. 곳곳에 사람들이 산개하여 북적거리니 방법이 없다. 산이 좋아도 인파엔 넌덜머리가 나 틈만 나면 투덜댄다. 이건 산인지, 시장판인지 알 수 없어. 그나저나 어디서 밥이라도 먹어야지? 봉우리를 몇 개나 넘.. 不平則鳴 2009.03.20
살아 남은 변명 풀 죽은 친구 녀석. 그도 그럴 것이 사업에 실패한 작은 형 때문에 온 집안이 쑥대밭이다. 채권자들을 피해다니던 작은형은 나중 강원도 어디 탄광에 쳐박혀 있다고 했다. 거기서라도 환하게 웃으며 걸어나올 수 있다면 다행이다만. 속 깊은 녀석들이 입을 맞춘다. 앞에서 내색을 말자고. 막장이라는 .. 不平則鳴 2009.03.06
말을 지우는 법 출근 때마다 이용하는 지하철, 여느 때처럼 육호선 뒤쪽에서 넷째 번 칸에 올랐다. 마침 빈 자리가 나 비집고 앉았다. 개학을 해 복잡한 건가. 오른 기온 탓인지 후덥지근한 차내. 목도리를 끌렀다. 오늘은 조급증으로 허덕거리지 말아야지. 느긋하게 열자. 밝은 뉴스만 읽자. 스스로에게 .. 不平則鳴 2009.03.03
우리가 나무였을 적에 잉잉대며 눈 흘기던 바람. 칼바위를 내려서자 언제 그랬냐는 듯 온순하다. 이웃 아저씨처럼 넉살 좋은 웃음을 담고 걸음의 앞뒤에 걸리적거리면서. 산모퉁이를 휘감은 길은 내를 건넜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거듭하며 이어지다가 억센 오름을 하나 치고서야 백년 숲에 닿았다. 오감스러워 눈총을 받던 .. 不平則鳴 2009.02.25
감각을 고르며 크라바트라 부르던 넥타이. 폭 넓은 목도리에서 유래하여 보 타이bow tie가 되었다가 지금과 같은 포인핸드fourinhand 형태로 낙착된 시기는 얼마되지 않는다. 넥타이를 매고 나가려는데 매는 방법을 알아야지. 거울을 보며 이리 돌리고 저리 애써봐도 안된다. 간단한 듯 했는데 그것 참. 안방으로 가 보자... 不平則鳴 2009.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