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그때 눈을 떠도 미처 돌아오지 못하는 정신. 밤새 늘어뜨린 육신이 버겁다. 이렇게 새 날을 맞을 수야 있나. 아침은 머리맡에서 서성이고 지난 밤은 하체께에 웅크리고 있었다. 감감한 어둠 쪽에 둔 발을 꼼지락거린다. 몸을 일으키려다가는 포기했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맞는 아침도 이랬.. 不平則鳴 2011.09.15
가을속 사랑을 잃은 이는 한 사흘 울고 싶고. 추억에 목마른 이는 지치도록 걸으려고 한다. 새 날이 그리운 이는 어디로 가야 하나. 저기 숲 그늘에서 마음을 달래는 이는 또 누구인가. 까닭 없이 나는 온종일 헤매기 위해 산으로 향했다. 알리바바처럼 동굴 안에서 보물을 잔뜩 챙겨 올 건 아니지만 주문을 잊.. 不平則鳴 2011.09.07
구월고개 학예회날이다. 열일 제치고 달려온 동네 어른들. 서로 안부나 근황을 묻느라 여념없다. 그러다가 선생님에게는 깍듯하게 허리를 굽힌다. 드디어 마련한 연극무대가 열렸다. 연습 때에는 단락마다 끊어져 볼품 없었는데 막상 시작하자 그럴 듯하다. 아이들도 긴장하여 자기 맡은 역할에 충실하다. 더러.. 不平則鳴 2011.09.05
어디서 와서는 갓난아기일 적 사진을 들추다 말고 아이가 웃었다. 제게 이런 때가 있었다는 게 실감나지 않아요. 사진이 말하잖니? 그때 네게서 얻는 위안이 어디 비길 데가 없더라만서도. 갓난아기이던 아이가 한밤에 깨어서는 자지러지게 울었다. 눈을 뜨면 매일을 하루같이 긴장하고, 숨이 목에 차도 쉴새없이 뛰.. 햇빛마당 2011.08.30
나는 여름 활개칠 기력이 있어야지. 내내 함께 뒹굴던 젖은 시간. 뒤뚱걸음으로 오늘에야 비릿함 배인 포구에서 멈췄다. 낭창거리던 때를 넘겨 적요한 갯가에 바다만 찰랑댄다. 담벼락 아래서 비루먹은 것처럼 쭐쭐대던 강아지가 습기 가신 바람에 뱃전 너울이 펄럭일 적마다 귀를 세우고는 도망 갈 태세를 갖추.. 不平則鳴 2011.08.24
사람의 마을 귀소본능이야 누구에겐들 없겠냐만 여느 사람 못지 않은 내가 요즈음 가지는 의문 하나, 집이 집인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바깥에서 식사하는 일이 잦다. 출근해서야 별 수 없다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매식으로 끼니를 이어야 하다니. 식당이란 이질감을 떨칠 수는 없을까. 한 구석에서 시.. 不平則鳴 2011.08.22
남아 있는 것들 '아!' 호경이가 내는 탄성. 별 일이다. 수업시간 중에 창 밖에 눈길을 주고서는. '비 오네.' 감정표현이 좀체 없는 아이인데 말야. 어떤 때 눈을 들여다 보면 순진한 아이 같고, 행동거지를 보면 노인네처럼 의젓하여 어리둥절한 때가 많다. 꿀 먹은 벙어리처럼 행세해 아이들이 놀리기도 한다. 헌데 저렇.. 카테고리 없음 2011.08.16
팔월로 어항 안에도 한 세월 뻐끔담배 피듯 들이킨 공허함 쯤이야, 미련없이 아감구멍으로 내는 붕어 진작 입가 양념 칠갑을 하고는 게걸스레 음식을 씹어 삼키는 이들이 싫어. 꼬리지느러미야 퇴화하였다. 옆지느러미만 부채처럼 살랑대는 한여름 오후 길에서 길로 향한 이들 숙맥 아닌 다음에야 제갈길을 .. 不平則鳴 2011.08.10
비 세상, 마음은 잠을 설쳤거든. 새벽 빗소리가 오죽해야지. 잠결에도 약속을 떠올려서인지 걱정했지. 오늘 우중산행이 괜찮을까. 예전같지 않아서 말야. 뭔 비라니, 요란스러운 이 빗소리가 들리지 않아? 이른 아침 통화를 하다가 면박만 당한다. 물보라로 뿌연 바깥, 물기 먹은 나뭇잎들이 늘어져 있다. 건너편 아파.. 不平則鳴 2011.07.26
개인 날 세미원에서 리포트 제출 일자가 임박해 여념 없다는 아이. 책을 앉은키만큼 쌓아 두어 뒷모습이 갇힌 섬처럼 애처롭다. 지나치려다가는 한마디 내지르지 않을 수 없다. 야야, 한 줄 글귀라도 더 짜내야 할 녀석이 집중은 커녕 시끄러운 음악은 왜 틀어두냐? 소리 질러도 듣는 둥 마는 둥 음악을 들어야 더 잘된다니.. 카테고리 없음 2011.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