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창 오늘은 어떤 날인가. 생의 전환점이 될 기발한 사건이나 일이 예정되어 있는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거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삼월 삼일이 삼겹살데이라면 구월 구일은 구구데이, 혹은 고백데이라고 한다. 시월 사일은 천사데이이고, 시월 이십사일은 이즈음이 사과가 나는 계절.. 不平則鳴 2011.11.08
묵은 날에게 세상이 궁금타! 벼린 창끝으로 콕콕 찔러보던 봄날. 알고 보니 너나없이 사방에 닮음꼴이 도열해 있는 바람에 자칫 우쭐한 기사단 행렬인 줄 알았지. 트럼펫 소리처럼 울려 퍼지던 햇살과 겨드랑이를 간지럽혀 못견디게 하던 선한 바람들과 감로수처럼 이마를 적시던 비님이 반갑기도 했.. 不平則鳴 2011.11.02
가을 정 산에서의 시간을 왜 고행이라 여길까. 이는 산을 낯설게 받아들이는 탓이다. 어둠이 가시기도 전에 산을 내려왔다. 이것저것 소모하면 짐이 덜어지리라 여겼는데, 배낭은 돌덩어리처럼 변해갔다. 사흘 내내 걸어 뻐근한 다리, 씻지 못해 찌부둥한 육신이 거추장스럽다. 새벽 안개가 발목.. 不平則鳴 2011.10.28
상심한 날들에 대하여 중학생이어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는 짝 상훈이. 죽이 잘 맞는 편인데,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고집을 부리면 티격태격한다. 어제 천규덕이 레슬링 하는 것 봤나? 우리 집에선 그딴 것 안봐. 유명 프로복서인 강세철이나 아들인 허버트강에서 이안사노와 김기수, 유재.. 햇빛마당 2011.10.25
가을 어귀 꼭 참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떫떠름한 자리가 있는가 하면 콧노래가 날만큼 신명나는 자리도 있다. 서둘러 쫓아가고, 헐레벌떡 지하철로 이동한 다음 노선버스로 갈아타고서 흔들리며 달려가는 과정을, 누가 시킨다면 과연 군말 없이 해낼까. 챙겨 다니는 장비가 만만찮아 배낭이 유난.. 不平則鳴 2011.10.19
시월함 가을 오후엔 한줌 햇살도 천금이니 쉬이 놀릴 수 없지. 저녁답까지 이어진 도리깨질로, 조마조마한 바지랑대에서 이 빠지고 눅진한 날개로 만사가 귀찮은 고추잠자리만 안절부절했다. 할매 어깻죽지나 허리께 봐라. 괴기 한근 쯤은 붙었다이. 등잔불 아래 무명저고리를 서너 개나 펼쳐두고는 찌부둥.. 햇빛마당 2011.10.11
그렇구나 억센 손아귀에서 쥐어짠 빨래 같은 햇살, 열기를 잃고 휘청댄다. 그 아래 꼼지락대는 풀잎. 스러지는 것에 대한 애잔함은 동일시 때문인가. 청명한 날이 이어진다. 시를 읊기보다는 노래를 부르고 싶은 오후. 기분 탓이다, 노랫가락을 떠올리다가는 하마트면 남일해의 차분한 저음이 잘 .. 不平則鳴 2011.10.07
길과 영원 속 All the leaves are brown And the sky is grey I've been for a walk On a winter's day I'd be safe and warm If I was in L.A. California dreaming On such a winter's day 익숙한 가락에 맞춰 건들거리며 자리를 찾는다. 바람에 묻어오는 신명에 다들 우쭐하다. 야, 너도 왔구나! 그러는 너는, 못본 사이에 좀 여윈 것 같네. 손바닥을 마주치고 서로 .. 햇빛마당 2011.09.30
나의 숲에 드는 서러운 볕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가 필요한 때이다.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수혁이에게는 데모도 신성한 학습현장이었다. 이 때문에 한동안 숨어 다녀야 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아니, 함께 사는 어른은 늘 조마조마하다. 크면 자식도 놓아 주어야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야. 해서 만류한들 먹혀야지. 고래 심.. 햇빛마당 2011.09.27
구월 조각 바람이 비를 품은 건지, 비가 바람을 몰아붙이는 건지 분간하기 어렵지만 바람과 비에 휘둘리는 숲. 이건 아니다. 인제 생기를 지워야 할 때가 아닌가. 비를 피한 나는 비로소 큰 세상을 올려다 본다. 아름드리 나무 아래서 전전긍긍하면서. '후드득'거리는 비가 섬유질로 채운 나뭇잎을 .. 不平則鳴 2011.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