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속 드럼통에 갇혀 달아오른 여름. 바야흐로 내리막길에서 가속도를 붙이는 참이다. 퉁탕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닭 벼슬같은 깃을 늘어뜨린 맨드라미가 소리 죽이고 웃는다. 묵정밭에 난무하던 고추잠자리가 우뚝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려다가는 자발없이 솟아올랐다. 드럼통 안이라도 꿈이야 꾸지 못할.. 햇빛마당 2009.07.28
너는 누구인가 가도가도 그 자리인 것만 같은 능선 자락. 공명의 팔진도에 들어 제자리를 맴도는 건 아닐 터인데, 어디쯤 왔을까. 인제 얼마나 남았을까. 예정한 시간 내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 엮는 갈래가 넝쿨이 되어 무성하다. 헛발을 디뎌 일순 몸의 균형을 잃었다. 전체 도정이나 구간을 굳이 .. 不平則鳴 2009.07.23
시냇가에서 거론하나마나 일 중독이 분명한 아버지는 오란비에도 불구하고 정시에 집을 나선다. 당신이 지면에 이는 뽀얀 물보라에 잠길 때까지 지켜보며, 어머니는 대문간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입을 쑥 빼물고. 우울한 비가 쉴새없이 내리고 내려서 마음에 습기를 재운다. 눅눅한 이불이라든지 .. 發憤抒情 2009.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