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주의보 발효중 화장실에 들기만 하면 물부터 내리는 여자들. 와글거리는 소리가 끊어지면 다시 내려야 할까. 남녀 칸이 한데 있는 곳에서 그렇찮아도 은근히 신경을 곤두세우는 판국에, 아니나 다를까 뒤쪽 문이 덜컥 열리며 들어온 여자. 난처하다. 뜬금없이 뚝 끊을 수도 없어서 고민인데,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 햇빛마당 2009.01.20
바람소리 날카롭고 뾰족한 바람. 잘 드는 칼날처럼 살갗을 저미고 포를 뜨다가 송곳처럼 쑤셔대기도 한다. 부산스러움은 또 감당하기 어렵다. 잠시도 한자리에 머무는 법 없어 세상 곳곳을 쑤썩이며 돌아다녔다. 지하철로 바쁘게 달려가는 이들 옷자락을 휘감아 오르기도 하고, 보도 한켠에 모여 옹송거리는 메.. 不平則鳴 2009.01.15
걸음에 붙여서 한 여자가 죽었다. 말을 나누면 주저하는 법이 없었지. 달콤한 목소리로 향기나는 언어를 싫증나지 않게 엮어내던 입은 닫혔고, 초롱한 눈망울은 감겼으며, 꽃다운 얼굴이 경직되어 상큼하고도 아름다운 미소를 이제 떠올리지 않는다.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그렇게 즐기던 수영장에 다니러 .. 不平則鳴 2009.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