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손 요즘들어 부쩍 말이 없는 아이. 의도적으로 찌게 두지 않으려는 살이 문제이지, 키야 제법 멀쑥하다. 신체만큼 마음도 살지웠으면 하지만 그건 욕심인가. 인제 스스로 알아서 할 때도 되었잖아. 곧추세우던 간섭을 그치자. 그래도 마주치는 부스스한 차림새하며 심각한 표정을 지.. 不平則鳴 2011.12.27
아름다운 날을 위하여 지난 다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도 그때가 좋아! 때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하루도 걸르지 않고 이어지는 술자리. 벌써 몇 잔째, 폭탄주를 앞에 두고서도 거리낌 없다. 나는 다만 심각하다. 술자리라면, 으레껏 요령 있게 마시지 못한다고 듣는 핀잔. 사실 핑게를 대거나 .. 不平則鳴 2011.12.20
길이라는 이름으로 오스카 피스토리우스는 태어날 때부터 두 무릎 아랫뼈가 없는 장애인이었다. 웬만하면 주저앉을 수도 있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고 장애를 극복하여 블레이드 러너로 우뚝 섰다. 2008년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었다.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대회 일백미터.. 不平則鳴 2011.12.14
누구나 나를 욱죄어 진저리치게 만들던 어둠. 꿈에까지 쫓아들어와 뒤섞여 돌아가는 바람에 혼미하다. 오죽하면 끈 떨어진 연처럼 사방팔방 떠다니기만 했을까. 잎을 떨어낸 나무마다 그림자를 드리운 산에서 산으로 건너뛰기도 하고, 우거진 갈대 지켜선 강을 연어처럼 거슬러 오르기도 한다. .. 不平則鳴 2011.12.07
단고개 비탈밭에 웅크린 녹산아지매. 바지런한 손길 따라 어느덧 머리 위에서 자글거리는 해. 한나절이 넘었다. 겨우 두 고랑 해치우고서는 한숨이다. 오늘 따라 진척이 없네. 일어서자 다리가 후들거린다. 어지러운 걸음을 뗀다. 밭은 아지매에게는 귀한 세상이고, 밭을 나오자 또 다른 세상이.. 不平則鳴 2011.11.29
증오도 내겐 힘이다 호출이 왔다. 처리된 일과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을 떠올린다. 별 다른 일이야 없을테고. 의아하지만 고개를 흔든다. 비서실을 통해 들어갔다가 난데없이 혼쭐이 난다. 날벼락이란 게 따로 없다. 이럴거라 짐작이라도 했어야지. 명색이 중역이라 맞대응할 수도 없고. 묵묵히 있는 동안 상.. 不平則鳴 2011.11.22
가을 이별 삶과 죽음이 양립이 아닌 혼재하는 시간 이제 너는 어디로 가는가 숨 끊어져 영면에 든 그대, 잘 가라 뼛골 시린 듯 질려 누운 자리 안타깝고 나는 아직 끈적한 열기 들끓는 곳에 머물러 있어 민망하지만 생각의 회두리로 어지러운 나와 달리 생각을 놓아버린 그대 영혼이야말로 자유롭지.. 不平則鳴 2011.11.16
세상의 아주머니들 이루를 훔치려고 들락날락하는 주자에게 견제구를 대여섯 번이나 던지는 투수. 주자는 두어 번이나 엎어지며 아슬아슬하게 루를 되짚었다. 지루한 신경전으로 아쉬운 탄성이 연신 터지고, 보는 이들 가슴이 타들어간다. 던질 태세를 갖추고서는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투수가 다시 일루.. 不平則鳴 2011.11.11
십일월 창 오늘은 어떤 날인가. 생의 전환점이 될 기발한 사건이나 일이 예정되어 있는 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거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삼월 삼일이 삼겹살데이라면 구월 구일은 구구데이, 혹은 고백데이라고 한다. 시월 사일은 천사데이이고, 시월 이십사일은 이즈음이 사과가 나는 계절.. 不平則鳴 2011.11.08
묵은 날에게 세상이 궁금타! 벼린 창끝으로 콕콕 찔러보던 봄날. 알고 보니 너나없이 사방에 닮음꼴이 도열해 있는 바람에 자칫 우쭐한 기사단 행렬인 줄 알았지. 트럼펫 소리처럼 울려 퍼지던 햇살과 겨드랑이를 간지럽혀 못견디게 하던 선한 바람들과 감로수처럼 이마를 적시던 비님이 반갑기도 했.. 不平則鳴 2011.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