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것도 사는 일이다 중국과 국경을 마주하면 으레 분쟁 쯤은 각오해야 하나. 중국은 러시아와 캐나다 다음으로 땅이 넓다. 그러고도 영토에 관한 한 막무가내이다. 마치 잔돈 관리에도 지독한 부자처럼. 땅이 넓은 만큼 내부에서도 소요가 끊이지 않는다. 허나 세계의 외침에 귀를 막고 통치를 위한 강경책을.. 不平則鳴 2012.03.15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들 사이에서 고려말 명장이던 최영 말고 금(金)을 싫어하는 이 있을까. 금은 부식되지 않으며, 잘 퍼지거나 늘어나기도 해 진작부터 장신구나 화폐의 재료로 널리 사용되었다. 금은 귀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를 쫓는 이들을 안달하게 만들었다. 무뚝뚝하고 독설을 예사로 일삼는 내게도 이쁜 구석.. 不平則鳴 2012.03.08
일상 기억 화가 난 채 들어온 아이. 혼잣말로 '죽여 버리겠어.'라고 중얼거리기도 한다며 걱정이다. 식탁에도 나오지 않아 소리쳐 불렀다. 마지못해 자리에 앉은 아이가 고개를 숙여 밥만 떠먹는다. 사정을 캐물으려다가는 포기했다. 일상이 뜻대로일 수야 없지. 삭이는 건 본인 몫이니. 울화를 떨치.. 不平則鳴 2012.02.24
어두운 이월 계곡 가끔 마음자리에 이는 헛헛한 바람. 내내 그치지 않던 바람은, 나중 이명으로까지 남아 어쩔 줄 모르게 만든다. 자괴심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피폐하다고 느끼면 시장 바닥에 나가 보라던데, 시장도 시장 나름이다. 스키나 보드, 겨울산행을 즐기러 나온 인파로 들끓는 무주 덕유.. 不平則鳴 2012.02.20
무주, 눈에 붙여 바깥 돌쩌귀를 잡으면 맨살이 쩍쩍 들러붙던 시절. 겨울은 무섭기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은 겨울이 그때만 못하다. 하지만 고산지대에 들어오면 일단 마음자세가 달라야 한다. '철탑과 철탑 사이 거리가 상당히 멀어.' 규모에 놀라며 허공을 지나는 줄을 슬쩍 본다. 바람이 .. 不平則鳴 2012.02.13
아직은 겨울인데 느닷없이 TV를 바꾸겠다는 아내. 휴일 한낮, 거실 바닥을 종종거리는 햇빛에 시선을 두던 중이었다. 마침 머릿속에 엉킨 실타래까지 풀어 놓았던 참이라 제꺼덕 반응할 수 없다. 대꾸 없이 쳐다보자 그제서는 딴전이다. 화면에 흐릿한 결이 가끔 생기지만 멀쩡한데 왜 바꾸려고 할.. 不平則鳴 2012.02.07
겨울 길 유난히 긴 겨울 밤. 어둠에 어둠이 더해져 막막한 세상을 얼음나라를 지나온 바람이 무법자처럼 설친다. 밤에 속한 것이 일절 집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진작 사방 문을 걸어 잠궜지만 은연중 별별 염려가 더해진다. '아직 아부지도 안오셨잖아.' 선잠에서 깬 우리는 눈을 말똥거리.. 不平則鳴 2012.01.26
막다른 시각 저만큼 보이는 전동차. 안내방송이 웅얼댄다. '털퍽털퍽' 계단을 뛰어내렸다. 문이 닫히는 순간 아슬아슬하게 올라탔다.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발뒤꿈치가 닿았지만 그 정도 쯤이야. 매무새를 추스르며 겨우 숨을 고른다. 그때서야 시큰거리는 발목. 계단을 두세 칸씩 건너뛰며 .. 不平則鳴 2012.01.17
겨울 묵상 산기슭을 휘돌아 나간 길에 첫 눈 스러진 다음의 가지런한 햇살 걸음을 멈추어 우러러보다가 도열한 나무들이 익숙해 눈을 껌벅거렸다 가뭇한 날이라도 놓지 않으려고 뜬 눈으로 온밤을 지샌 눈물겨운 기억을 떠올렸다 여느 생도 이랬거니 향기 묻힌 바람을 살랑살랑 되돌려 보낸 저녁.. 不平則鳴 2012.01.11
당신이 거기 있을 때 말이 식량이지 않은가 온몸으로 경단을 굴리는 쇠똥구리처럼 애를 써도 안돼 당신을 보고도 아직 서투른 나는, 겨울 황벽나무 가지를 하릴없이 오르내리는 곤줄박이이다 할말이라도 있어야지 '쓰쓰 삐이삐' 혀를 굴리지 못하는 단발마 가쁜 소리라도 낼 수 있다면 해歲가 바뀌었.. 不平則鳴 201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