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이 '제임스 코번과 로드 스타이거가 나오는 '석양의 갱들', 오늘 어때?' 등을 쿡 찌르는 준우 목소리가 들떠있다. 그렇찮아도 영화 포스터 앞에서 회가 동한 판인데. 007 시리즈나 서부영화가 들어오면 누구보다 먼저 쫓아가는 준우와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한다. 집에 와 옷을 갈아입고, 적당.. 햇빛마당 2014.02.12
또 한번의 겨울 동해안쪽에 폭설이 내렸다. 눈이 내리고 또 내려 사방이 막히고 잠겼다고 했다. 그래도 큰 눈 소식이 있다는 건 이제 봄이 멀지 않았다는 증거. 겨울 끝무렵, 새삼 왈강달강하는 문고리에 손이 달라붙던 지난 수많은 겨울을 떠올린다! Hiko, A Kiss Unexpected 不平則鳴 2014.02.10
관ㄱㅖ, 좁혀지지 않는 비둘기들이 사람과 뒤섞여 발 아래를 휘저었다. 진작 잡힌 약속 장소에 가다 말고 멈칫했다. 구미 당기는 연락이 나중 몇 건 왔지만 물리쳤다. 온갖 것마다 눈길을 둘 수야 없지. 지금 보니 의미 없는 약속이다. 그래도 털컥하여 굳이 쫓아가야 하다니. 맨살에 와 닿는 차가운 바람. 그럴수.. 不平則鳴 2014.02.04
겨울마당2 천산 아래서 그렁그렁한 건 존재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지 산그림자 비킨 동구밖 길 껑충한 미루나무 아니었으면 길이라는 걸 눈치챌 수 없는 눈밭 소 여물질 따라 오르내리는 땟새처럼 종일 저울질하는 속내 뿌리치지 못하고 안다, 알어 겨우내 시렁에 걸어 둔 기억처럼 어느 아침 퍼런 .. 不平則鳴 2014.01.22
아직 걸음마 중인 말 안개 속을 떠도는 듯 몽롱한 내가 낯설다. 이곳까지 나를 이끈 건 무엇인가. 또, 어떤 것과 맞닥뜨려야 하나. 갈수록 어렵기만 한 세상살이. 바라는 대로 만들어 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사람들 속에서 사그라지고 없는 스스로의 존재가 가엾기도 하다. 승용차를 빌어타.. 不平則鳴 2014.01.15
나에 대하여 술자리가 길어져 화제가 중구난방이다. 지난 이야기도 쫓아나오고, 말 끝에 요즘 아이들에 대한 불평도 쏟아낸다. '열시가 뭐야? 밤새 붙잡혀 있어도 아무 소리 못했지.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웃기는 소리야.' '야야, 우리 아이 엄마는 출산 후 이틀만에 출근했어. 걸핏하면 몸이 아파 못.. 不平則鳴 2014.01.07
다시 좋은 날 스스로를 영양 촌놈이라 칭하는 경석이. 자취방 문을 열고서는 눈을 감았다. 사방 스무 자가 조금 넘는 조그만 방에 빽빽하게 들어앉아 있는 친구 녀석들. 어른 티를 내느라 저마다 삐딱하다. 담배 연기가 전장의 포연처럼 후욱 끼쳐 눈과 코를 마비시켰다. 멋적은듯 들어서는 나를 아이.. 不平則鳴 2013.12.31
어찌 한 세월 형체가 모호한 시간을 구분해야 합니다. 다들 지난 시간과 앞으로의 시간이야말로 의미가 확연히 다르다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그 시간이 그 시간이지 않냐고 못박으면 잘못일까요. '시간은 금(金)이다'라는 격언도 있습니다. 한때 국제 금 시세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적 있지요. 그.. 不平則鳴 2013.12.24
형상 적요가 위안인 시간 벌거벗은 채 보이는 몸사위가 우습다 그래도 웃지 말라 피차일반이니 언제 제대로인 적 있더냐 뒤죽박죽에 엉거주춤하여 신열에 까무룩하던 지난 밤 달빛 너울이 교교히 나뒹굴었다 어디에 있건 간에 소용돌이치는 우주 계절이 바뀌어도 내색 없이 버텨 지금에 이르.. 不平則鳴 2013.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