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풍경 산 중턱을 훠이훠이 돌아가는 길. 잠자리 날갯짓이 허둥댄다. 이르다고 여겼는데 어느덧 가을이 깊다. 조급할 것 없어도 괜히 서두르게 만드는 계절. 들머리 가파른 오르막을 치느라 허덕였다. 그리고는 임도를 통해 예전 방물장수처럼 몇 개의 산을 거쳐왔다. 이어지는 숲길로 지치고 막.. 不平則鳴 2013.10.15
가을 테 털퍽 엎어진 햇살이 달구는 오후. 그래도 견딜 만하다, 인제 뜨겁지 않아.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는 기분으로 들길을 자분자분 걸었다. 저만큼 주저앉은 산이나 두 손바닥을 펼쳐야 가려지는 바다도 그대로여서, 걸을수록 우리는 댕구알버섯처럼 작아졌다. 쑥부쟁이라든지 선씀바귀가 여.. 햇빛마당 2013.10.10
소나무야 내 삶이 애닯다. 속박되어 질곡에 놓여 있어도 그러려니 하여 답답하다거나 아프다는 비명 한 번 못내지르고, 단세포 생물처럼 의미 없는 생각만 무성 증식으로 뾰족하게 번식시킨다. 한때의 푸르른 바람이 얹혀 끄덕거리다가는 거북 등딱지처럼 수피에 차악 달라붙었다. 눈만 뜨면 내게.. 不平則鳴 2013.10.08
길의 노래 이곳이 고향인가. 이정미는 앞서 길을 걸은 어머니, 아버지의 얘기를 했다. 눈에 물기가 어린다. 허긴 부모의 삶과 인생 굴곡에 대해 애틋함을 느낄 나이이다. 김덕영은 그 길의 어느 곳에서 시작되어 파생된 역사적 사건을 나열했다. 정종택은 걷는 중에 볼 만한 경관과 풀꽃, 사람들의 .. 不平則鳴 2013.10.01
꽃과 별의 시간 새처럼 훨훨 떠다닐 수 있다면 어떨까. 걷는 중에 발을 잽싸게 놀리거나 발바닥이 땅에 닿는 면적과 시간을 가급적 줄인다면. 물고기가 유영하듯 허공을 답보할 수 있는지 고민하지만 애초에 그건 불가능하다. 이곳이 엄연한 중력이 작용하는 지구별인 데에야. 햇살처럼 너울거리고 싶은.. 不平則鳴 2013.09.24
연명 내게도 구원줄 내려 광야에서 벗어나는 날 변변한 기돗말 한 줄 외우지 못해도 나아가야지, 올라야지 이게 비록 썩은 동앗줄이거나 범의 아가리에 산 채 뛰어드는 길이더라도 울지 말아야지 꿈꾸지 말아야지 John Aderney, Thinking Of You 不平則鳴 2013.09.17
존재, 그 기쁨 바구니에 담긴 까만 눈의 강아지. 한뼘 툇마루 양지바른 자리에서 눈 부비다 말고 하품 하는 어린 고양이가 나를 본다. 여린 햇살 같은 온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강아지 같은, 어린 고양이 닮은 아이가 아장아장 걷는다. 파란 하늘에 뭉게구름이 여기저기 떠있다. 초가을 냄새가 싱그.. 不平則鳴 2013.09.10
나도 길 길은 소통이다.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 산을 오르는 길, 숲을 지나는 길, 내를 따라 흐르는 길, 별이 뜨고 낭창하게 달빛이 흐르는 길, 꽃이 피는 길, 너에게로 가는 길 등을 아우르다 보면 날선 마음이 비로소 눅눅해진다. 길은 자연이고, 우리에게는 삶 그 자체이다. 길은 만남이다. 누군.. 不平則鳴 2013.09.06
바람처럼 큰키나무를 빌어 촘촘해진 그물을 끌어올린 덩굴손. 한 계절을 담아 놓고 겨우 세상 위에서 우쭐거리지만 내 눈에는 그게 우습다. 건성으로 살 수 있어야지. 한눈을 팔면 팔수록 생활은 저만큼 멀어진다. 해온 대로 열중하여 주어진 일과에 파묻히다 보면 헤어날 길이 없다. 교통이 애매.. 不平則鳴 2013.09.03
지난 기억의 새로움 화단에 꼬물거리는 개미들을 본다. 열을 지어 나무를 오르내리거나 부산하게 흙을 헤집으며 옮겨다니는 모습이 난리통 피난민 행렬이 따로 없다. 큰비가 예보되어 있다. 끈적거리는 여름, 그나마 더위라도 지울까 싶어 사람들은 안도한다. 기상예보를 들었을 리야 없겠지만 감각적으로 .. 햇빛마당 2013.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