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절을 헤맨다. 꽃이 보이지 않는다니. 인적 드문 곳이 낫겠지. 숲으로 발길을 옮겼다. 숨은 꽃밭을 찾을 수 있을거야. 풀꽃은 씨족사회처럼 모여 산다. 홀아비바람꽃은 홀아비바람꽃대로, 나도개감수는 나도개감수대로. 이쪽 능선과 저쪽 계곡에 피는 꽃무리가 제각각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돌로 존재한다고 했다. 다음에는 식물로 태어난다고 했지. 식물의 정점인 꽃, 꽃을 볼 때마다 차오르는 기쁨과 즐거움을 어디에 비길까. 더구나 여긴 쉽게 오기 힘든 강원도 산골. 반드시 꽃다운 꽃을 찾고 말겠다는 욕심에 숲 깊이 들어간다.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 생기를 주던 봄꽃이 이미 졌거나 며칠 전 요란한 비에 떨어졌어도 이제 여름꽃이 피어나지 않았을까. 허나 차츰 실망스럽다.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으니. 이건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