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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의 만남, 천 번의 이별

한나절을 헤맨다. 꽃이 보이지 않는다니. 인적 드문 곳이 낫겠지. 숲으로 발길을 옮겼다. 숨은 꽃밭을 찾을 수 있을거야. 풀꽃은 씨족사회처럼 모여 산다. 홀아비바람꽃은 홀아비바람꽃대로, 나도개감수는 나도개감수대로. 이쪽 능선과 저쪽 계곡에 피는 꽃무리가 제각각이다. 처음에는 우리가 돌로 존재한다고 했다. 다음에는 식물로 태어난다고 했지. 식물의 정점인 꽃, 꽃을 볼 때마다 차오르는 기쁨과 즐거움을 어디에 비길까. 더구나 여긴 쉽게 오기 힘든 강원도 산골. 반드시 꽃다운 꽃을 찾고 말겠다는 욕심에 숲 깊이 들어간다. 시간에 얽매일 필요는 없어. 생기를 주던 봄꽃이 이미 졌거나 며칠 전 요란한 비에 떨어졌어도 이제 여름꽃이 피어나지 않았을까. 허나 차츰 실망스럽다.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으니. 이건 아닌..

不平則鳴 2020.05.29

Metasequoia

하늘을 찌를 듯 곧게 솟은 나무. 수피를 더듬고 있었더니, 일단의 사람들이 지나다가 묻는다. "이 나무 이름이 무엇입니까?" 아마 카메라를 든 모습을 보고, 그쯤이야 익히 알리라는 짐작이리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양 옆으로 나란한 아름드리 메타세쿼이아 길은 남이섬에도 있고, 담양에도 있다. 아메리카삼나무와 함께 지구상 나무 중에서 가장 높이 자란다는 메타세쿼이아는 고대유물이다. 화석식물로 수억 년 전 존재가 나타나곤 하는데, 중국 서쪽 산간지대에서 천구백삼십칠 년 처음 발견되었다. 하지만 한창이던 이차대전 와중에 그냥 지나쳤다가 관심을 가진 한 임업 공무원이 천구백사십사 년 양자강 상류에서 삼십오 미터짜리 수목을 발견하여 남경대학에 보고하면서..

自然索引 2020.05.21

그대에게 가는 날

이런 날도 있지 않나요? 바쁜 일과 속 창 밖에 준 눈길 거기 푸른 하늘과 눈부신 꽃을 보다가 눈을 감습니다 오랜 동안 잊고 있던 당신이 왜 보일까요 바깥으로 나갑니다 해묵은 시간 켜켜이 재인 모래성을 파헤친들 헛일일 것입니다 괜히 발부리로 땅을 헤집어 봅니다 풀잎 이슬처럼 해맑은 얼굴 막 피어난 꽃처럼 아릅다운 자태 그대에게 가는 길이 주어진 사명처럼 어깨를 무겁게 합니다 어떤 장애가 있어도 넘어서야 하는, 고개를 빳빳이 쳐든 채로 디딤돌 없는 허공을 지날지도 흘러내리는 물길은 지난 모퉁이쯤에서 본 것 같다고 합니다 거침없는 바람은 저 앞 어딘가 있지 않냐고 합니다 바삐 걸어야 하겠지요 세월이 흘러 변해버린 우리 만남을 기대하는 게 미몽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에 담아둔 사랑을 찾는 대신 엉뚱한 일에 매달릴..

햇빛마당 20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