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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라는 세상

35×135(cm) 광화문 앞에서 웅성이는 사람들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이들이 다르다 밥이 아닌 세에 치어 갈 곳 모르는 나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 새벽 방충망에 달라붙은 매미 한 마리 길을 쓰다듬듯 앞발을 움직이는데 네가 꿈꾸는 세상과 내가 바라는 세상이 점점 멀어지는 건 아닐까 붓을 들고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먹물처럼 뿌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Chris Spheeris & George Skaroulis, Field Of Tears

墨香萬里 2020.08.20

좀작살나무

줄기찬 비에도 어쩔 수 없다. 진작 약속을 했기에 북한산 입구에 도착했다. 너도나도 우중산행은 싫다. 의논 끝에 적당한 식당을 빌린다. 물소리 시원한 냇가 옆에서 고기를 굽고, 이런저런 유희 끝에 이차를 가기로 했다. 몰려다니는 게 싫어 슬쩍 빠졌더니 손전화가 계속 울린다. 그러거나말거나 핑게를 댄다. 유유자적하는데 어랏, 눈길 끄는 좀작살나무군..... 작살나무는 줄기가 뻗은 모양이 작살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꽃이 8월에 피는데 연한 자주색으로 잎겨드랑이에 달린다. 열매는 비취빛 띤 자주색으로 매우 아름답다. 공해에 잘 견디지만 도로변 같은 곳에서는 살기 어렵다. 건조하면서 물이 잘 빠지는 곳이 좋으며, 추위에 강하고, 음지에는 약하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작살나무는 낙엽성 관목류가 대부분이며 작살..

自然索引 2020.08.11

바다로 간 동백

친구와 부르던 노래이듯 내내 웅얼거리는 파도소리를 음미했다 밤 늦은 시각 여길 어이 기어들었을까 붉은 등 흐릿한 동백여인숙 나무계단을 꿍꽝대는 불협화음 동박새처럼 조잘거리는 계집애들 성가신 소리 참, 처마를 짓이기는 빗소리도.... 꿈도 없는 밤이 그래서였나 양치질하다 말고 게워낸 지난 밤을 간신히 추스르며 나선 여인숙 앞 피 맺힌 아우성 지우고선 꽃무덤 봉긋한 아침 White Water, Celtic Spirit

햇빛마당 2020.08.02

노랑어리연꽃 및 생이가래

'노랑어리연꽃(water-fringe)'은 중남부지방 연못, 늪, 도랑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초본의 수생식물이다. 잎자루가 길어 물 위로 뜨는 잎자루는 지름 5~10cm 정도의 달걀 모양 또는 원형으로 아랫부분이 옆으로 갈라진다. 7~9월에 개화하며 버팀줄기에 달린 꽃은 황색이다. 꽃말은 '수면의 요정'이다. 관상용으로 심으며, 잎을 식용하기도 한다. '생이가래'는 호수, 저수지, 연못 등 물에 떠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전체 길이가 7~10cm로, 줄기는 가늘게 수면 위로 뻗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진다. 잎이 갈라지지 않고 물에 떠 있어 네가래와 구분된다. 중금속을 흡수하는 능력이 있어,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데 뛰어난 환경정화 식물로 각광받는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 나들이를 갔다. 친구들과. 텁텁하여..

自然索引 2020.07.27

길에서

. . . 135×35(cm) 가도가도 혼자뿐인 길에서 후회한다 지금이라면 어떤 사소한 이야기라도 들어줄 수 있는데 말야 수많은 이가 걸었을 이 길을 따라간다고 꼭 목적지가 나타나란 법도 없다 허나 대퇴 후면 슬곡근과 허벅지 코어근육이 뻑적지근해질 때까지 헤매다 보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바람도 서성일거고 갈길 재촉하는 구름도 미련없이 보낼 수 있을 것이며 저녁 숲 위 드문드문 보이는 별 보며 동그랗던 그대 눈망울 같은 꽃길도 나오지 않을까 Giovanni Marradi, Spiritual Journey

墨香萬里 2020.07.20

치자나무

읍내 한귀퉁이에 있는 후배 집에 들렀다. 사람이 드문 소로에서, 어쩌다 만나는 이들 눈이 나에게 머물러 어리둥절하다가 후배에게서 웃음을 머금는다. 오후 툇마루에서 노란 햇살받이를 하던 누이가 수줍게 맞는다. 상을 물리고 누이가 툇마루에 놓인 화분을 옮긴다. "이런 일은 마땅히 사내가 해야지." 누이를 물리치고 내가 팔을 걷어붙였다. 장독대 앞 바닥이 고르지 않아 화분이 삐뚤빼뚤 놓였다. 개중 하얀 꽃을 달고 있는 치자나무에 코를 대고 눈을 감았다 치자나무 화분을 사 왔다. 치자나무는 시름거리더니 지극정성도 아랑곳하지 않고 생기를 지웠다. 화초 키우기에 일가견이 있는 아내가 고집하여 치자나무를 다시 집에 들여다 놓지만 이게 여간 까다롭지 않다. 치자나무는 늘푸른나무로, 6~7월 유백색 꽃이 핀다. 반그늘진..

自然索引 2020.07.15

너와 나의 세상

. . . 35×135(cm) 타는 불 속에 손을 넣었다 뜨거워지기도 전에 속살이 익는 고통에 화들짝 놀랐다 네가 불질한 세상 온 세상이 타는 소리에 불길처럼 일어나는 마음 저 불 어이 할까나 이 불 또한, 어이 할까나 쌓은 장작단 위로 활활 오른 불꽃이 허공 가득 치솟는다 땔감은 화력이 세고 연기가 적게 나는 참나무가 아주 좋다 적은 공기로 나무를 태우면 숯으로 가공할 수 있다 숯을 만드는 나무는 우선 단단한 재질이어야 한다 참나무가 재료인 참숯이 좋으며, 굴참나무로 만든 백탄을 최고로 친다 사과나무 장작을 때면 그윽하고 향긋한 사과 향이 난다 오리나무는 붉은 빛이 아름다워 페치카용으로 좋다 이 마음은 그대 앞에서 꺼지지 않는 불길이다 Amira Swiss, Falling

墨香萬里 2020.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