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금지를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신경을 긁는 날카롭고 긴 소리 다음에 이어지는 적막감. 어느 집에선가 개가 요란스레 짖었다. 짙게 들이찬 어둠이 들썩이도록. 어제는 끝났으며 오늘은 네 시간 뒤에야 시작될 것이다. 모든 게 정지된 시각. 아랫목에 기대앉은 채 꾸벅꾸벅 졸던 어머니가 가위에 눌린 듯 놀라며 일어섰다. 부엌으로 내려가 연탄불을 확인한 다음 다시 들어왔다. "에효, 벌써 하루가 지난거야!" 열린 아궁이만큼 입을 벌리며 두 팔을 맞잡아 몸을 뒤틀며 기지개를 켰다. 순간 귀를 기울였다. 골목 바깥쪽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 고개를 저었다. 저건 아냐. 무게감이 떨어지고 어딘가 가벼워. 차 한잔 끓일 시간이 지났을까. 드문드문한 구둣발 소리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이번에는 틀림없어. 통금 사이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