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이기 위해서는 밥은 굶어도 희망은 굶지 말라던, 행복멘토 최윤희 씨 부부가 동반자살했다. 연전 긍정적인 삶에 대하여 사내강연까지 한 적 있기에 뉴스를 들으며 우리는 더 허탈하여 말을 잃었다. 하지만 뉴스 안 사정을 들으며 의외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도 있다. 남편에 대한 고마움, 지병에 대한 고통스러움, .. 不平則鳴 2010.10.09
오리 밖 선한 빛 오릿고기를 잘하는 집에서 모이기로 했다. 가는 내내 질척거리는 가을비. 곡예라도 하듯 구불구불한 편도차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달리는데, 차내 사람들이 어깨를 대고 출렁인다. 아까부터 깔리는 이승철 노래가 감미롭다. 이 친구는 결혼 후 오히려 노래가 대중적이 된 것 같아. 간혹 건너편에.. 不平則鳴 2010.10.07
어떻게 통해야 하나 무시로 오는 연락. 데스크 책상으로 가서 받는다. "비가 와요." 비가 온다니. 그래서 어떡하란 말인가. 오늘 밤을 새고 내일 늦은 시각까지 원고를 써나가도 모자랄 판국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작성하고 검토해야 할 문서도 많다.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지칠 때까지 걷다가, 삐걱대는 나무 .. 不平則鳴 2010.10.04
핫바지가 싫어 집안일로 모인 친인척. 아이들만 신났다. 즐거움을 감추지 못해 집 안팎으로 몰려 다녔다. 싸우거나 울고 웃는 소리가 안산만큼 높다. 결국 부산하던 이모가 이들을 모은다. 대청에서 그동안 얼마나 자랐는지 서로 키를 대본다. 또한, 마주 앉아 누구 다리가 더 긴지 견준다. 떡 본김에 제.. 不平則鳴 2010.09.30
아직은 푸르른길 불쑥 떠올리는 존재에 대한 의구심. 나는 왜 세상에 나왔을까. 몸의 여기저기를 만져본다. 손아귀에 드는 말랑말랑한 살의 감촉과 단단한 뼈의 결합이 실감나지 않다니. 이미 들풀은 벌레들에게 뜯어먹히거나 시들어 보잘것없다. 날갯짓이 애처러운 잠자리는 그래도 유유히 허공을 난다... 不平則鳴 2010.09.27
달이 커질 때 달이 차기 시작하면 은근히 성재를 욱죄는 걱정. 허리께를 잡고 굴신이 어려운 엄마를 지나치며 이웃 아주머니들은 괜히 머리를 쥐어박았다. "어무이가 아픈 건 성재 니가 두고두고 갚아야제." 하기 좋은 말이라도 그렇지, 걸핏하면 입을 모으는데. 눈썹이 부리부리한 성재 아버지는 그러.. 不平則鳴 2010.09.16
물과 난, 춤사위 장난감을 사 왔다. 부품이 많고 조립이 복잡하여 인내심이 필요하다. 몇날 며칠을 씨름하던 꼬마가 뜻대로 되지 않자 화를 낸다. 모른 척 휘파람으로 익숙한 선율을 끄집어낸다. 눈치를 보며 가라앉히는 꼬마. 함께 앉았다. 부품을 찾아 맞추며 완성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흩뜨러진 가운.. 不平則鳴 2010.09.15
분수광장에 가다 새삼스러운 얘기를 꺼내 보자.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씩씩하게 걸을까, 노래 부를까. 이도저도 아니면 빈둥거리며 텔레비전 프로를 시청할까. 중국 음식으로 끼니를 떼우며 전화로 수다를 떨거나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것도 좋겠지. 훌쩍 떠나는 여행도 더할 나위없이 좋다. 하지.. 不平則鳴 2010.09.14
꽃의 주검 꽃 속에서 웃는 소영이 하양꽃은 하얗게 피어 눈부시고 빨강꽃은 빨강꽃대로 세상을 홀릴 만큼 요염하고 노랑꽃은 제나름으로 가는 허리를 꺾어 간들거린다 한쌍의 박새가 수선스럽게 꽃 사이를 날아다닌다. 그래도 소영아, 꽃 중에서 네가 제일 예쁘다 순식간에 피었다 지는 꽃이 있는.. 不平則鳴 2010.09.09
소슬바람 일던 저녁 놋쇠 밥그릇이 댕강거리도록 밥알 하나 남김없이 긁는다. 아쉬움 끝에 접는 만찬. 헛배나마 쓰다듬어야지. 거품 꺼지듯 열기가 가셔 의아한 저녁, 여느 날과 달리 평상에 일렁이는 바람. 딩굴대다가 '아!' 하며 소리 지를 뻔했다. 조금 전까지도 보이지 않더니. 세숫대야로 갖다 퍼부은 듯 .. 햇빛마당 2010.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