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좌판 장대비에 젖고 바람에 떼밀린 내 영혼, 문득 불쌍타. 혼자서 아무리 끙끙대봐라, 세상을 구할 수 있는지 점심 시간 후 강대리 주변에 데글데글 모여 앉은 사무실 여직원들 어떤 화제거리를 도마에 올려 토닥거리다가 칼로 탁 내려쳤는지 책상을 두드리며 자지러질 듯 넘어가는 웃음소리, .. 不平則鳴 2010.07.20
산을 오르는 나무 온전하게 서지 못하던 적 이야기이지. 뿌리 내리지 못한 발로 엉거주춤한 나를 걸려 개울가에 나선 어머니. 빨랫감만 잔뜩 쏟아 놓고 서성이기만 한다. 풍성한 치맛단에 감기는 이른 봄날 햇빛이 보약 같다. 온 동네 처자가 죄다 나와선 장터처럼 시끌거린다. 와중에 웃음소리가 간드러지.. 不平則鳴 2010.07.16
말의 시대 술자리는 해질녘 산길을 걷는 것 같다. 서두런들 소용 있어야지. 일어서려다가는 앉고, 채근해도 막무가내이고. 얼추 일고여덟 고개를 넘은 것 같은데도 파장으로 드는 길은 감감하다. 종내 남은 술을 엎지르고 너도나도 쑤썩여 흩뜨러진 안주 나부랭이를 집어 질겅질겅 씹던 한 녀석이 .. 不平則鳴 2010.07.13
막간에 베란다에 둔 화초들. 어째 잠자리에서 막 빠져나온 우리 꼬마처럼 부숭숭하다. 지난 봄, 고르지 못한 일기 탓인가. 안되겠다. 밑에 내려 땅힘이라도 받게 해야지. 부산을 떨며 몇 차례나 승강기로 오르내리락거린다. 화단 한쪽 눈에 잘띄는 곳에 모아 두고 오갈 데마다 눈길을 주었는데, .. 햇빛마당 2010.07.09
몸의 틀 언덕 위에 우뚝한 성. 금빛 첨탑이 햇빛에 번쩍거렸다. 사방으로 견고한 성벽을 둘러 안팎이 뚜렷하게 구분지어졌다. 똬리 튼 안 세상은 어떤 것인가. 첨탑에 찔린 하늘이 피 흘리는 꿈을 꾼다. 그게 화가 나 주먹으로 담벼락을 쾅쾅 쳤다. 성벽에 짓이겨지다시피해 애꿎은 손등이 너덜너.. 不平則鳴 2010.07.06
노래하는 숲 해껏 허룩하기는커녕 산만 높다. 아부지는 와 안오노? 너거들 자고도 한사리가 열두 번 왔다갔다 해야 할끼다. 밤은 어찌 그리 까만지. 까무룩 가라앉았다가 먼 산이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바람에 흔들리던 전등이 깜박거렸다. 실눈을 뜨자 눈앞에서 아부지가 한 눈을 .. 햇빛마당 2010.07.02
그렇게 지날 뿐이지 살이 쪄 예전같지 않은 친구. 변화라도 주려는지 콧수염을 기른다. 간선도로 건너 인근 집에 다녀가기를 고대하는지라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설치는 우리 꼬마를 진작 알고 있다. 그집 여자애가 내 무릎에 담빡 올라앉아 고사리손으로 귓볼을 당기며 속엣말을 전한다. 말랑말랑한 옆구.. 不平則鳴 2010.06.29
꽃과 별, 뜰 나로호 발사를 보겠다고 서울에서 고흥군 외나로도까지 달려간 다해네. 남열해돋이해수욕장 진입 삼거리에서 차를 돌려야 했다. 발사가 연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해 아빠가 불같이 화를 냈다. 국가적인 일을 이리 쉽게 물린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면서. 애들 앞이어서 눈을 찡긋하.. 不平則鳴 2010.06.24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 망망대해에서의 바다. 절대 낭만적이지 않다. 어디나 길이지만 길이 아니고, 간구를 이어도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고, 가끔 누군가를 그리지만 헛헛하다. 속절없이 웃고 싶어도 웃음도 나지 않는다. 엇박자로 노는 바다. 권태가 줄줄이 일어나 온몸을 꽁꽁 동여매지를 않나. 하늘마저 덮.. 不平則鳴 2010.06.21
처음 그대로 성형수술이 대세인가. 너도나도 뜯어 고치겠다고 난리이니. 자기 얼굴에 만족하지 못해 거울을 볼 때마다 몽상을 부풀린다. 이곳을 고쳤으면 좋겠어. 저기가 불만족스러워. 요즘 뜨는 연예인 누구를 닮게 만들었으면. 바람(願)이 바람으로 그치지 않아 기어이 칼을 댄다. 단언컨대 한번 .. 不平則鳴 2010.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