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이 대세이다 사필귀정이라고? 어른들이 무심코 흘리던 말. 당연히 그리 되리라, 모두가 두말없이 믿는 진리이다. 콩쥐팥쥐전에서 보는 것처럼, 갖가지 흉계로 점철된 가시밭길을 꾸역꾸역 지나 비로소 우뚝 서게 되는 반전의 결말. 응징을 받은 악이 마침내 처절하게 무너지고 선이 자리잡는 것을 보.. 不平則鳴 2010.09.02
습관의 창 유난히 견디기 힘들던 여름. 폭염과 열대야로 대변되던 그 기세를 도무지 꺾을 수 없더라니. 비 그친 날 아침 맨살에 묻어나는 공기를 매만지며 무심코 뱉는 한숨. 다들 비로소 편안하게 되었다. 일과를 준비하며 다른 계절을 떠올리다가는 아이들 방을 슬쩍 들여다본다. 젊은 날의 한때.. 不平則鳴 2010.08.30
한낮 서성임 온전히 피서를 즐기려면 홧병 두어 근을 안아야 하지 않을까. 가속페달을 거듭 밟지 않아도 서너 시간이면 거뜬하리라 단정한 게 잘못이다. 꼭두새벽에 출발했어도 간선도로에 차를 올린 순간부터 밀리니. 부닥친 현실은 빨리 받아들여야 한다. 당연히 그러리라 여겼지만 아침시각도 넘.. 不平則鳴 2010.08.27
행간行間 거참 이상타, 대여섯 번을 읽어도 웅얼거림으로 맴돌던 문장 글자마다 콕콕 짚으며 따라가도 매한가지여서, 투정부릴만도 하다 늘 한걸음 더 다가들지 않는다더니. 키를 돋우는 마루금 아래 다소곳한 수렴동 삼복 한가운데 건너던 초록이 발을 헛딛어선. 안타깝다 우리 사이 동떨어져 놀던 의미라도 .. 不平則鳴 2010.08.23
그길에서 저앞이 종점인데. 그전에 썰물처럼 빠져 드문드문한 승객. 터덜거리던 버스가 마지막 트림을 게워내자 비로소 조용해졌다. 근사한 선글라스를 착용한 운전기사가 일어나다 말고 쓰윽 뒤돌아본다. 채근이 없어도 서둘러 내리는 사람들. 햇볕이 사방에 난분분하다. 미간을 좁히며 한참을 .. 不平則鳴 2010.08.20
거꾸로 가는 시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월드컵 경기장의 부부젤라vuvuzela 소리처럼 끊이지 않는 매미울음. 소음으로 받아들이면 괴롭다. 허나 인고의 세월을 묵히고선 쫓아나와 순식간에 종족번식을 이루고는 생을 접어야 하는 조급증의 발현이라면. 여름 막바지의 애닯은 하소쯤으로 여기자. 그래.. 不平則鳴 2010.08.17
바다로 향한 길 아이들은 대체 누구를 닮을까. 나를 쏙 빼 판박이라는 딸애, 다른 것보다 유난한 고집만 보인다. 그리고 보면 닮는다는 건 외양에만 기인하는 게 아닌가 보다. 제 엄마와 잘 통해 붙어 다니다가도 한나절을 넘기지 못하니. 두고 보지 못해 꺾겠다고 덤비면 외려 더 공고해지는 고집. 방금 .. 不平則鳴 2010.08.12
빛이 있으라 어둠을 더듬으며 나아가자니 상어 아가리 안인 듯 두렵기 짝이 없다. 여기가 어딘가. 답답함을 빌미로 소리라도 지르며 해악을 끼칠래도 무어 형체가 있어야지. 혼돈스럽고 공허하여 심연의 덩어리만 흐물흐물 널브러진 곳. 그때 빛이 내려오시니 떠오르는 정물들. 제대로인 세상에서 비.. 不平則鳴 2010.08.10
하세월 길목마다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던 태공들 날랜 고기들은 잘도 피해다니더라만 외려 나만 꿰어 오도가도 못하는지 꼭 오늘만 날이라는 법 있어? 투덜대고는 돌아간 이들처럼 단호하지도 못해 한줌 건지지 못한 세월을 한탄하고 미끼를 물다 말고 내뺀 황금빛 잉어 튼실한 몸짓만.. 不平則鳴 2010.07.27
행성으로 가는 길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것. 현관을 들어서면서부터 서먹서먹하여 내키지 않아 하는 일 중 하나이다. 이방 저방 둘러보는 건 더욱 실례이고, 나와 다른 취향을 빌미삼아 벽걸이 그림을 꼬투리 잡고 늘어져서도 안된다. 낯선이를 경계하느라 강아지가 발 밑에서 깔짝대며 짖어대는 것도 성가.. 不平則鳴 201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