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슬리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영혼을 편안하게 만드는 소리도 있다. 한 며칠 세상이 빙하시대에 든 듯 추웠다. 그게 어느새 풀려 한낮 햇살이 따끈하다. 점심시간이 끝나간다. 우중충한 교실에서 아이들이 다들 쫓아나왔다. 工자 모양으로 이어진 본관과 별관에서 뚝 떨어진 음악실이 있다. 하얀 페인트 칠이 눈길을 끄는 이층 건물. 다음이 음악시간이어서 부담이 없다. 때가 되면 방음 잘된 이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이런 볕도 오랜만이지. 냉기가 있어도 아무렇지 않는 벽에 너도나도 성냥개비처럼 다닥다닥 붙었다. 나중에 나타나 슬금슬금 끼어드는 아이들이 있어 은연중 좌우로 힘이 뻗힌다. "야, 밀지마레이!" "니도, 햇볕 좀 가리지 말고 저리 비키라" "헛, 니가 소크라테스가?" 개중에 한둘이 언성을 높이다가 장난질 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