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무 그늘 Antalzalai(violin) • József Balog(piano) 이런저런 제약이나 핑게로 억제했던 여행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마칠 즈음이면 다시 잇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 바람에 신발이 너덜너덜해졌네요. 거기에 더해 발바닥이 부르트서 엉망입니다. 걷다 보면 다리도 엉키고 호흡이 가쁩.. 햇빛마당 2019.07.04
여름, 열린 문 우중중한 거리. 낡은 단층가옥들이 저마다 어긋난 풍경. 담벼락에 늘어진 줄장미 꽃잎들이 부서지고 있다. 이 거리는 당최 맘에 들지 않아. 신주머니를 홰홰 돌렸다. 학교 가는 길. 시각이 이른가. 인적이 뜸해 고요하다. 삼거리에서 주춤했다. 평상시처럼 다니던 길로 갈까, 아님 질러 만.. 發憤抒情 2019.07.02
Carl Orff, Carmina Burana 중, O Fortuna 요리연구가인 백종원은 '음식이 짜면, 물을 더 부으라'고 했다. 맞다 그게 문제를 풀어가는 정석이다. 나아가 요리달인은 간이 심하면 설탕을 슬쩍 가미한다. 우리 혀가 우선 단맛에 마비되어 짠맛을 느끼지 못하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단맛은 세상 어디에서나 우리를 환하게 웃게 만.. 思索一音 2019.06.29
유월 꿈 우람한 산을 배경으로 자세를 바꾸는 아이 변검 고수처럼 셔터 소리에 신 나 지체없이 동작한다 애초에 연출 장면이 머릿속에 들어 있었을까 나도 너처럼 순간마다 날마다 달라져야지 요즘 꿈에 죽어 있는 나를 종종 본다 죽어서는, 재 속에서라도 다시 깨어나려고 한다만 이도 정녕 허.. 不平則鳴 2019.06.22
lshtar, Horchat hai Caliptus 여행중이다. 챙길 것도 많고 바쁜데 틈만 나면 없어지는 아이. 나는 지형지물을 익히고 사람을 찾아 묻고 가야 할 길을 정하는 중에 보이지 않다니. '이 녀석 어디 갔어?' 작은 아이가 눈을 찡긋한다. '그래?' 으슥한 어딘가에서 담배를 물고 있나 보다. '시간이 지체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 思索一音 2019.05.26
오동나무 모질지 않은 겨울이 그나마 끝났다. 밝은 햇살 아래, 너도나도 깨어나 재잘댄다. 소란이 잦아들다가도 이어지며 그치지 않았다. 느닷없이 주름날개를 양 옆에 단 낯선 녀석이 나타났다. "넌 누구니?" "어디서 왔어?" 기웃거리며 관심을 보여도 아랑곳 없이 내려앉은 곳이 제 터전인양 바닥.. 自然索引 2019.05.14
신 번지 없는 주막 이슥한 밤길. 흩트러지는 걸음도 상관치 않았다. 모임에 있다 보니 빠져나오기가 난처했지. 비가 추적인다. 너도나도 이를 핑계대 시간을 끌었다. 다행히 일어설 무렵 비가 뜸하다. 지하철로 이동한 다음 집 가까운 어두운 시가를 더듬다가, 등대처럼 불 밝힌 빵집을 만났다. 문을 닫지 않.. 不平則鳴 2019.05.01
이름 서러운 봄 사월이 오면, 그래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했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던 허황한 꿈과 미련 들 휴일 아침에 느긋이 마주한 온라인 바둑 상대 쉴새없이 깐죽거리다가 차츰 불리하자 뻗댄다 꾸욱 참다가는 균열 간 성정을 주체치 못했다 겨우내 숨죽인 개울 물이 흘러내리며 소리친다 해동하.. 不平則鳴 2019.04.23
꽃 몸살 늘 어딘가 아픈 아내. 허리가 아파 잘 일어서지도 못하던 며칠 전과 달리 이번에는 양 어깨가 결린다며 우거지상이더니, 하루가 지나자 무릎이 이상하단다. 으레껏 병원에 다녀오라고 이르지만 우물쭈물한다. 병약한 체질도 아닌데, 왜 그럴까. 급한 일로 누군가를 만나야 할 일이 생겼다.. 不平則鳴 2019.04.13
Romance No. 2 in F major for Violin and Orchestra,(Beethoven) 빨간 벽돌 건물 옆 골목. 통로처럼 움푹한 구조물 위에 한 사내가 앉아 있다. "저 사람 좀 봐!" "세상에나? 춥지도 않을까? 아직 바람이 찬데." "노숙자는 아닌 것 같고. 겨울 끝이니 견딜 만은 하겠지." "옷도 저리 얇게 입고서 대낮부터 혼자 깡소주라니." "한 병쯤이야 종이컵에 두세 번만 .. 思索一音 2019.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