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무 그늘 Antalzalai(violin) • József Balog(piano) 이런저런 제약이나 핑게로 억제했던 여행을 합니다.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마칠 즈음이면 다시 잇고, 새로운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 바람에 신발이 너덜너덜해졌네요. 거기에 더해 발바닥이 부르트서 엉망입니다. 걷다 보면 다리도 엉키고 호흡이 가쁩.. 햇빛마당 2019.07.04
순 소식 봄비라고? 헌데 너무 요란스럽지 않은가. 오전 내내 찌푸리고 있던 하늘이다. 거기에 낯선 먹장구름이 몰려드는가 했더니, 급작스레 눈비가 뿌려지면서 천둥번개까지 동반되었다. 길 가던 사람들이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흩어졌다. "으헛, 날이 갑자기 왜 이래?" 옹기종기 모인 사람.. 햇빛마당 2019.03.30
우리를 대신하는 것 이전과 겨울이 다르다고 너도나도 이구동성이다. 받아들이는 것도 경험이 우선이다. 조금씩 추워지며 적응하던 겨울이 아니다. 기온이 하루 아침에 뚝 떨어졌다. 고슴도치처럼 움츠린 거리 인파들. 다들 종종걸음을 친다. 반가운 얼굴이라도 봐야 하는 때. 오랜만에 만난 이와 손을 맞잡.. 햇빛마당 2018.12.13
손톱을 깎다 우리를 힐끗 보는 어머니. 차림새가 헙수룩하면 그냥 넘기지 않는다. "얘들은 어째 자라라는 키는 안자라고, 맨날 머리카락이나 손발톱만 이리 기냐?" 익숙한 잔소리를 뒤에 두고 쫓겨났다. 이발소를 다녀와도 머리를 바짝 밀지 않았다며 한소리 덧붙이기를 지겨워하지 않는다. 그게 부담.. 햇빛마당 2018.02.23
가을 창후리 따글따글한 햇살이 찰랑거린다네. 가을 소풍을 가잖다. 이대로는 견딜 수 없어. 어디론가 튈 궁리중이어서 대꾸를 미뤘다. 답이 없으니 궁금한가 보다. 일단 못참고 전화한다. "앙꼬 빠진 찐빵처럼 만들거요?" 예정한 날짜가 멀다. 장담할 수 있어야지. 심드렁하게 내뱉는 대꾸에 긴가민가.. 햇빛마당 2017.10.10
휴 가 수시로 잠을 깬다. 물 내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어디서일까. 햇살이 창틀에 얹힐 때쯤에서야 비로소 조용하다. 목덜미가 끈적끈적하다. 꼼지락댈 때마다 일어나는 소소한 먼지. 발을 들다가 말았다. 일어날까 말까. 느릿느릿 올라오는 바게트 빵 냄새를 맡았다. 나를 보면 우스울까. .. 햇빛마당 2017.08.09
정 리 도로나 하천, 산을 경계로 나뉘어지는 동네. 그 경계를 넘으면 세상이 바뀐다. 그걸 안 다음 심심하면 방천 너머 작은집에 쫓아갔다. 오고갈 만한 거리였으며, 오래 전 미군부대가 있던 곳이어서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사촌들과 지내는 것도 좋다. 거기에 언덕 위로 거미줄처럼 얽힌 골목.. 햇빛마당 2017.07.27
기억 바닥 이맘때면 겪는 극심한 봄 가뭄. 다목적댐인 보령댐 공사 당시 수몰된 지역 도로가 드러났다. 이전 보령시 미산면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이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보령댐은 이년 전 가을 가뭄으로 닥친 식수 파동때보다 더 낮은 저수율이라고 한다. 비가 오지 않으면 자나깨나 걱정을 .. 햇빛마당 2017.04.14
또 하나의 표정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왜?" "어른이 되면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요." "하하, 임마. 제대로 된 어른이 되어야지. 그러려면 어떤 음식이든 골고루 많이 먹고 사자나 곰처럼 건강해져야겠지!" 어른이 되는 관문이 있었던가. 자각 못하고 행한 오류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과정이어도 .. 햇빛마당 2016.07.12
한 식 동지로부터 일백오일째 날인 한식(寒食). 음력 이월이나 삼월에 들기도 한다. 불을 금하고 찬밥을 먹는 습관에서 이날 유래를 찾기도 하며, 중국 진(晉)의 개자추(介子推) 전설에서 의미를 되새기기도 한다. 겨울 끝이라 해도 마음 놓을 수 있어야지. 한랭전선이 오르내리고, 비바람으로 .. 햇빛마당 2016.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