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서 풀꽃을 찍는다. 땅바닥 한뼘이 세상 전부인 것처럼 여기는 족속. 비루한 곳에서도 슬픈 기색이라고는 없다. 환한 꽃을 달고 저희들끼리 와글거리는 것을 보면 환희에 찬 합창이 저렇지 않을까. 군대에서 이십오 미터 영점사격 사대에 엎드린 것처럼 숨 죽이고 있으려니, 늑골 아래 근육이.. 不平則鳴 2012.09.27
태풍이 아니온 적 없다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있을까. 사는 게 걱정이 끊이지 않는 일이다. 아내는 앞으로 건강하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아이는 걱정을 많이 하는 엄마가 걱정스럽다고 한다. 걱정하는 대부분의 일은 지나고 보면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걱정하는 누군가의 얘기를 듣다 보면 심각.. 不平則鳴 2012.09.18
아홉 굽이 시간 구월, 이 즈음에 어울리는 낱말을 떠올렸다. 이슬과 햇살, 친구, 미소, 국화와 향기, 오후, 하늘 등 그리고 한길에서 맞닥뜨린, 누군가를 기다리며 벤치에서 책을 읽고 있는 여인까지. 형상화를 위하여 낱말마다 형용사 하나씩을 붙여 본다. 옴팡진 이슬, 노릇한 햇살, 오래된 친구, 상큼한 .. 不平則鳴 2012.09.13
산이 푸르다고? 백두대간에 서식하는 산양. 개체수가 줄어들어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초식동물이 가지는 순한 품성에 반하여 절벽타기의 명수이다. 왜 그리 위험한 곳에 오를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상을 신봉하는가, 아니면 생각이 없어서인지. 겨우 바위 벽에 붙은 이끼를 뜯어먹기 위해서.. 不平則鳴 2012.09.10
어느 생의 한나절 두억시니의 손길 같은 한낮 햇볕. 땀이 돋아 끈적이고 미끈덕거리는 맨살. 피부도 예전 같지 않아, 귀찮기 그지없는 일이어도 햇볕 아래 나설 적에는 선크림을 바를지 고민중이다. 아무렇지 않게 대낮에 백포를 덮어 쓰고 다니는 이도 눈에 띄더라만. 이해하지 못하던 일에도 날 세우지 .. 不平則鳴 2012.09.04
오늘은 에스프레소로 커피 한 모금에 떠올리는 아프리카의 '붉은 눈동자와 검은 땅'. 또 한 모금에 다큐로 접하던 '고통과 자본주의'를 생각했다. 남은 커피는 이완시키려는 '재인 시간과 각성의 부조리'를 위한 몫이다. 꿀꺽꿀꺽 커피를 들이키는 나를 보며 기어이 한마디한다.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왜 그렇.. 不平則鳴 2012.08.28
팔월 팔자 우리가 말썽을 부릴 적마다 뱃속에 집어넣었다가 다시 꺼내고 싶다던 어머니. 말 잘듣는 아이로 다듬어 내고 싶었겠지. 딴은 그렇게 어머니 자궁에 들어 여의치 않은 부분마다 채워지고 거듭나 온전해질 수 있다면 하고 간절히 바란 것은 나였다. 어느 해 겨울, 큰눈이 내렸다. 손발에 동.. 不平則鳴 2012.08.22
강을 건너가는 비 추적이던 비가 사뭇 거세다. 퉁탕거리다가 차츰 가슴에 들어앉는 빗소리. 마음 한곳에 고이는 생생한 기분에 들뜨기도 한다. 실로폰 소리처럼 보도에 내려 튀는 빗방울에 더위가 흐물흐물 녹아 내렸다. 주체하기 어렵던 정념도 이참에 지워 버려야지. 물기에 젖은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不平則鳴 2012.08.16
여름고 당황스럽다. 젊은 생각을 따르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어느덧 낡고 지난 사고방식만을 고수하는 완고한 아저씨가 되었다. 시대에 순응하지 못하는 건 경박함이 싫은 고집이다. 한편으로는 아전인수격인 판단도 한몫한다. 더러 바뀌더라도 쫓아가면 될텐데 뭐가 걱정인가. 그래도 알게 .. 不平則鳴 2012.08.08
대 흔들리면서 날마다 속을 게워내야 하는 천형도 긴 밤 속 오래도록 견뎌야 할 때 빈 울음으로라도 스스로를 달래라는 깨우침 비울수록 지울수록 덮을수록 몸서리치는 너에 대한 기억이 팔만사천 개의 공명통을 떨어 울릴 때마다 일렁이는 생전의 바람! 하여, 천형은 마디가 되고 수없는 .. 不平則鳴 2012.07.26